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두 정상의 이날 만남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만 배석했을 정도로 그야말로 극비리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재차 만남을 가진 것 자체가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까지의 과정이 평탄하리라 여겨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며칠간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된 남북미의 외교전은 반전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북한과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20일 남짓 앞두고서도 서로 기싸움을 벌이다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표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한동안 북미 간 교착상태를 예고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날인 25일 회담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날 남북 정상이 극적인 반전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한반도가 북미회담 결렬에 따른 후폭풍으로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우려감이 팽배해지던 차에 남과 북의 정상이 무릎을 맞대고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대화 모멘텀을 살려 낸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분위기와 흐름이라면 당초 북미가 개최키로 했던 장소와 날짜에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북미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향후 우리 정부의 역할과 문 대통령의 역량 발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 회담 발표에서부터 회담 취소에 이르기까지의 최근 일련의 과정을 반드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과의 공조가 원활치 않았고 청와대의 상황 인식과 판단에서도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보다 전략적이고도 세밀한 대북, 대미 접근과 상황관리가 요구된다. 미국과 북한도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자리이니 만큼 남은 기간 협상력을 높이거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수싸움과 기싸움보다는 세계사적 담판에 걸맞은 회담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대범하면서도 유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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