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공개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600여 명의 축구팬 들은 선수들의 회복 훈련 과정을 지켜보며 앞으로의 선전을 응원했다. /연합뉴스
▲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공개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600여 명의 축구팬 들은 선수들의 회복 훈련 과정을 지켜보며 앞으로의 선전을 응원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 승리를 거둔 28일 온두라스 평가전은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F조 조별리그 2차전) 실전 모의고사이자 최종 엔트리 결정을 위한 오디션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6월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전 가상대결)까지 선수들을 살피겠다고 했다. 하지만 보스니아전에선 사실상 정예 멤버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만큼 온두라스전은 중간 평가 이상의 의미였다.

탈락과 잔류의 기로에 선 10여 명의 선수 중 ‘월드컵 최종 멤버’에 한걸음 다가간 선수는 이승우(베로나)와 문선민(인천)이다. 예비 명단에 깜짝 발탁됐던 이승우와 문선민은 생애 첫 A매치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특히 스무 살 막내 이승우는 신 감독이 기대했던 역할이 무엇인지 아는 듯했다. 빠르고 활발하게, 때로는 과장된 움직임으로 경기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도움 1개’ 이상의 큰 성과였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이승우에 대해 "악착같고 센스가 있었다. (감독이) 뭘 원하는지 파악했고 원하는 플레이를 알아채서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상대팀 온두라스 감독조차도 이승우가 불어넣어 준 활기를 높이 평가했다.

문선민의 발탁은 이승우보다 더 모험이었다. 문선민조차 온두라스전에서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초조하게 벤치를 지키던 문선민은 후반 11분 기회를 얻자마자 열정적으로 뛰었다.월드컵 무대에 설 자격을 증명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찬스를 잡고 득점했다.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6골을 넣어 이동국(전북)과 국내 선수 중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선민은 신태용호에 부족했던 골 결정력을 채워 넣으며 존재 가치를 드러냈다.

치열한 수비수 경쟁에서는 고요한(서울)이 경합 지역에서 안정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 그는 특유의 폭넓은 활동 범위를 과시하며 제 몫을 했다. 수비수로서 무실점 경기에 기여하면서 인상적인 슈팅과 크로스로 ‘공격 본능’도 과시했다.

이들과 달리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해 선발 출격한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은 부상으로 조기에 교체돼 아쉬움을 남겼다. 오른쪽 날개로 나섰던 이청용은 초반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상대 선수와의 충돌 후 두 차례나 쓰러져 한동안 고통을 호소하다 후반 11분 교체됐다. 신 감독은 큰 부상이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지만 출전 시간 부족에 따른 경기감각 우려를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이승우·문선민과 함께 생애 첫 A매치에 나선 오반석(제주)은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시간이 부족했다. 후반 26분 교체 투입된 오반석은 후반 스리백과 포백을 오간 대표팀의 수비진에 잘 녹아들었지만 경기 흐름 자체를 우리가 주도한 탓에 수비수로서 능력을 100%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었다. 오반석으로서는 보스니아전에서 다시 한 번 실전점검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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