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인천항 크루즈 전용터미널 개장을 앞두고 인천시가 분주하다. 인천 모항 유치와 정기 노선 개척, 기항 횟수 확대 등을 통해 인천 크루즈산업 육성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여기에 크루즈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신규 관광지 발굴과 기존 관광지 업그레이드를 통한 연계 시스템 구축으로 인천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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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베이션 오브 더 시즈호가 인천 신항에 입항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영단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기호일보 DB>
# 인천 크루즈산업의 현실

 현재 인천 크루즈산업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항차 수와 여객 입항인원이 급감했다. 중국의 영향이 크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로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시가 집계한 연도별 인천 크루즈 입항 및 관광객 현황을 보면 2013년 입항 횟수 95회, 여객 입항인원 17만115명에서 2014년 92회 18만1천700명, 2015년 53회 8만7천515명, 2016년 62회 16만4천813명, 2017년 17회 2만9천906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중국 국적 입항인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법무부 크루즈 인천항 입국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중국 국적 입항인원이 92.6%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5년의 경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생 여파로 84.9%로 감소한 뒤 지난해에는 전체의 16.01%에 불과했다. 사드 배치 확정으로 중국발 크루즈가 26항차나 취소돼서다.

 시는 오히려 이 같은 실상을 두고 질적 성장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중국의 한한령 조치로 기존 서울 면세점 등을 돌아다니는 쇼핑 위주의 저가 투어상품이 사라져 인천관광 상품을 이용하는 관광객과 개별관광객(FIT:Free Independent Tour)이 오히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10개 인천관광 상품을 가지고 2천837명을 유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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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국제여객터미널 항공 사진
 여기에 크루즈 승무원과 개별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셔틀버스 운영과 크루즈 관광 안내, 환영행사 실시 등을 통해 관광객을 환대하는 분위기도 조성했다.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내항과 신항에서 인천역·신포시장·능허대·옥련시장·아트플랫폼·여객터미널 등 주요 관광지로 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해 승무원 9천643명, 개별관광객 1만209명이 이용했다.

 또 지난해 인천항 입항 환영행사를 총 7회 진행했다. 그 결과, 인천관광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설문조사 응답자 총 74명 중 기항지 투어 전체 만족도 조사에서 61명(82.4%)이 ‘매우 만족’과 ‘만족’한다고 답했다. 여행지는 55명(74.3%)이, 비용은 55명(74.3%), 음식은 42명(56.7%), 교통은 57명(77%)이 ‘매우 만족’과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인천 내 기항 투어지로는 신포시장(54.1%·중복 응답 허용), 차이나타운(37.8%), 월미도(23.0%), 센트럴파크(17.6%) 등을 꼽았다. 가장 재미있던 곳으로는 센트럴파크(27.0%·중복 응답 허용), 커낼워크(20.3%), 신포시장(18.9%), 차이나타운(18.9%) 등이라 답했다. 기항지 투어 선택 요소로는 전통시장(52.7%·중복 응답 허용), 면세점과 백화점(48.6%), 쇼핑몰(24.3%) 순이었고, 쇼핑에 사용한 금액 평균 84달러였다.

# 인천 크루즈의 미래

 정부는 2020년 세계 크루즈 관광객이 3천110만 명으로 연평균 5.3% 이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상하이(上海)·톈진(天津)·칭다오(靑島) 등지를 모항으로 출항하는 한·중·일 항로의 크루즈 관광객이 연 20% 이상 급증하고 2020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봤다. 지역소비 지출 효과도 2020년 3조4천194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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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에 입항한 크루즈 밀레니엄호에서 관광객들이 빠져나오고 있다. <기호일보 DB>
 시는 목표를 세웠다. 2020년 한 해 인천 기항지 크루즈 관광객을 230항차 40만 명 이상 유치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지역경제 유발 효과는 562억 원으로 추정된다. 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크루즈산업 육성 실천 전략도 세웠다. 인천 기항지 관광 신규 투자 개발 추진, 국내외 크루즈 관광 여행사 인천 기항지 팸투어 추진, 크루즈 관광지 주차 등 관광 여건 개선, 인천 기항지 면세점·볼거리·체험시설 등 기존 인프라를 특화한다.

 접안부두 시설 개선과 임시 크루즈 부두 교통접근성 개선, 크루즈 전용부두~랜드마크시티역 관광 트램 설치, 출입국·검역 절차 개선 및 출입국·검역 절차 개선(CIQ) 협의체 구성·운영, 크루즈 연관산업 유치 및 활성화 추진, 인천 기항지 항로 다변화 추진 등도 추진한다.

 인천 크루즈 모항 유치, 인천 크루즈 체험단 운영, 북중국 크루즈 신규 항로 개척, 크루즈 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 인천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조례 제정, 인천 크루즈산업 협의체 발족·운영, 국적 크루즈 선사 육성 지원, 수도권 크루즈 활성화 워킹그룹 구성·운영 등의 크루즈산업 육성 방안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시는 인천의 대표적인 명물을 조성할 방침이다. 서울은 역사문화관광지로, 타 지역은 해상케이블카 설치 등을 통한 도시 관광지 조성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인천은 지역만의 특징적인 시설이 부족해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는 해양레저, 휴양섬, 이색 명물, 상징물, 신비 지역 등 인프라 조성을 통해 인천을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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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제스틱 프린세스호를 타고 인천에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신포국제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인천시 중구 제공>
 또 크루즈 관광은 단체여행객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주차공간 확보가 중요하나 대부분의 관광지 주변에 주차장이 부족하다. 여기에 크루즈 부두 주변에 군 철책선이 있어 미관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인천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관광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중국 의존도 탈피가 절실하다. 시는 크루즈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일본과 미주·동남아 등을 대상으로 한국 상품을 집중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봤다. 인천 기항 후 인천국제공항을 활용해 비행기편으로 귀국하는 아웃바인더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한 시장 협력과 통일 기반 구축에 대비한 북중국 항로 선점 등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크루즈 활성화도 고심해야 한다고 했다. 조직과 인력 확충도 시급한 상황이다. 시청 조직 내 크루즈 업무 전담팀 신설과 전문가 육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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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항한 보이저호·마리너호. <인천시 제공>
김의근 아시아크루즈리더스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최근 열린 인천 크루즈산업 육성 전략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전문가 육성을 위해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인천관광공사 등 조직 내 크루즈 담당자의 순환보직을 자제하고, 민간 조직인 ㈔인천항발전협의회 등에 크루즈 전문 담당자를 배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인천 중심의 크루즈 협의체 결성이 필요하다"며 "인천항은 카페리 항로의 중심이고, 크루즈 신항만 건설로 여객 이용이 급증할 것인 데다 향후 남북 평화 크루즈 운항 시 가장 큰 수혜 지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인천항만공사와 인천관광공사, ㈔인천항발전협의회 등 크루즈 관련 유관기관 간 협업체계 구축을 통해 인천 기항 횟수 확대 및 모항 유치 등을 위한 공동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며 "앞으로 인천지역 크루즈 관광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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