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정복한 자 세계를 다스린다.’ 역사가 들려주는 말이다. 구한말 전함과 상선을 이끌고 우리의 바다에 나타났던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등 열강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이 나라들을 약소국으로 보는 이는 없다. 하나 우리의 바다, 특히 인천의 바다는 그렇지 못했다. 대결과 단절, 가난의 바다였다. 연평해전이 그랬고, 북방한계선(NLL)이 그렇다. 몸이 재산으로 없이 살았던 자들은 으레 바닷가에 판잣집을 지었다. 이제 인천의 바다가 새로워지고 있다. 화합과 교류, 부의 터전으로 변하고 있다. 본보는 ‘제23회 바다의날’ 특집으로 희망가를 불러 본다. <편집자 주>

남북 평화무드로 접경지역 서해5도의 바다가 주목받고 있다. 남북 공동어로와 해상파시 등 평화수역 조성이 뜨겁게 거론되고 있다. 남북이 함께 물고기를 잡아 같이 팔자는 얘기다. 여기에는 허울만 좋은 겉치레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잡을 물고기가 있어야 공동어로든 해상파시든 할 텐데, 바닷속 사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남획으로 잡을 물고기가 없다는 말이다. 공동어로 이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물고기부터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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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속 인공어초에 서식하는 홍합이 가득하다.
‘바다의 달’이다. 31일 바다의날뿐만 아니라 10일은 바닷속 생태계를 알리고 수산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바다 식목일의 날’로 기념한다. 바다의날에 비해 생소할 수 있는 이날은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바다 숲 가꾸기의 국민 참여를 독려한다.

 수산자원 보존은 환경과 생태적인 측면뿐 아니라 어업인의 소득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서식처나 산란지의 매립, 간척,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수산자원 감소는 어획량과 어민 생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넓은 바다와 158개의 섬이 있는 인천시는 수산자원을 생산·보존하고 지역 어업인의 소득 증대를 위해 수산자원 보존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남북 평화의 장으로 서해 해양이 주목받으면서 공동 수산자원 연구와 어로구역 조성 등의 협력사업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 수산자원·해양생물 다양성의 보고, 인천 앞바다

 인천의 바다, 특히 서해연안 접경지역은 세계적인 해양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로 불린다. 지난해 인천한강하구포럼 자료에 따르면 식물 플랑크톤 76종, 동물 플랑크톤 29종, 조간대 저서동물 342종, 조하대 저서동물 181종 등이 분포해 유럽 와덴해 갯벌보다 종 다양성이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해5도 인근 해역은 갯벌이 넓어 대륙붕이 잘 발달돼 있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지역이어서 수온도 적당한 천혜의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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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자원연구소 관계자들이 점농어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하지만 풍부했던 수산자원은 무분별한 어획 활동과 매립, 간척과 해양환경 변화 등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일례가 과거 연평도의 조기파시다. 1960~70년대 연평도 파시는 신안 흑산도 파시, 부안 위도 파시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참조기 ‘파시’ 중 하나였다. 연평도 조기 어획량은 1946년 2만2천500t에 이르며 정점을 이뤘지만 1960년대에는 1만t에 그치며 쇠퇴기를 맞았다. 이후 유자망·기선저인망 어구를 갖춘 대형 동력선들의 마구잡이 싹쓸이 조업이 이어지면서 어획량이 급감했고, 연평도 파시는 1960년대 말 자취를 감추게 됐다.

 서해5도에서는 꽃게를 먹거리로 삼았다. 2002년 이전에는 인천 바다에서 전국 꽃게 생산량의 75% 이상이 잡혔지만 2003년 이후 50% 이하, 2006년에는 35.1%가량으로 떨어지는 등 수산자원 감소세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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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자원연구소 관계자들이 해삼을 방류하고 있다.
# 인천시, 수산자원 조성에 나서다

 시는 수산자원과 어업인의 소득 증대를 위해 수산자원 조성사업을 다방면으로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어초 설치 사업이다. 시가 1973년부터 사업비 843억5천600만 원을 투입한 인공어초시설 사업은 현재 184곳에 6만9천235개·28척까지 늘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수산종자를 방류하는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방류한 어류 수만 해도 3천244억1만 미(5천469t)에 달한다. 지난해도 해삼, 조피볼락, 넙치, 꽃게, 점농어, 전복, 감성돔, 바지락, 동죽 등 1천290만 미(131t)의 어패류를 방류했다.

이 두 사업을 비롯해 체계적으로 종합적인 어장 관리를 하는 것이 정부의 ‘바다목장 조성’ 사업이다. 시는 연평도 해역(2008∼2012년)에 총 50억 원을 투입해 꽃게, 바지락, 조피볼락, 해삼 등의 종자를 방류하고 인공어초 설치와 모니터링 등을 했다. 백령·대청도 해역(2012∼2016년)과 중구·무의도 해역(2014∼2018년), 덕적·자월해역(2017∼2021년)에도 순차적으로 해당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서해5도를 중심으로 진행한 ▶해삼 양식 육성 ▶수출 양식단지(양식 섬) 사업 등도 시가 추진한 수산자원 조성사업이다.

 이 밖에 시 산하 수산자원연구소는 인천 해역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해 방류하고 양식 품종을 다양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종자 생산 시험연구뿐 아니라 양식어장 활성화 방안, 어장환경 모니터링 등을 통해 인천지역 어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 남북 평화의 연결고리 될 수산자원 교류

 시는 서해5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 공동어로 및 수산업 개발 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서해5도는 남북 간 대치 상황과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행위로 몸살을 앓아 왔다. 특히 중국 어선의 어로행위는 어획량 감소로 이어져 어업인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수역’ 조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시는 남북 공동어로 및 수산물 교류 등을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남북 수산 교류와 인천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높다. 수산자원 분야에서 남한과 북한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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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담치 방류를 위해 연근해로 이동하는 어선.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설훈)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공동으로 연 ‘지속가능한 연안해양생태계와 남북 협력’ 국제워크숍에서는 북한 바다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남정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 연구위원이 제시한 2016년 양식업 현황 자료를 보면 남한이 45만t에 달하는 것에 비해 북한은 100㎏에 불과했다. 어업활동 역시 북한의 경우 1∼4월 중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 남한과의 수산 교류 시 잠재력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시는 남북 수산업 개발 협력사업으로 ▶평화수역 인공어초 설치 등 성육장 조성(수산종자 방류) ▶수산물 공동 생산·판매를 위한 기반시설 조성 ▶남북 해양수산 공동연구센터 설립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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