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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어둠의 기사

김진형 동국대 강사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6월 01일 금요일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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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뿔테 안경을 벗고 와이셔츠를 거칠게 열면 가슴에 숨겨 둔 알파벳 ‘S’가 커다랗게 드러난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클라크 켄트는 빨간 망토를 두른 강철의 사나이 ‘슈퍼맨’이 돼 악당을 무찌른다.

 1938년 코믹북 캐릭터로 처음 대중과 만난 슈퍼맨은 이후 실사영화로 제작돼 슈퍼 히어로의 원형이자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슈퍼맨이 가꾼 토양 위에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토르 등이 등장하면서 최근 영화계는 히어로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영웅 캐릭터를 언급할 때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배트맨’이다. 이 영웅은 신분을 숨긴 채 악당과 싸운다는 점에서는 슈퍼맨과 유사하지만 낮이 아닌 밤에 활동한다는 점, 대체로 화려한 색상의 강화 수트를 착용하는 여느 히어로들과는 달리 검은 색으로 존재를 은폐하려는 점이 독특하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다크 나이트(Dark Knight)’는 2008년도 작품으로, 1989년 개봉한 배트맨의 첫 실사영화와는 다른 노선을 걷는 리부트 작품이다.

 배트맨은 정의감으로 가득한 검사 하비 덴트와 경찰인 고든 반장과 공조해 부패와 범죄로부터 고담시를 지켜나간다. 그러던 중 희대의 악당 ‘조커’의 등장에 판이 흔들리고 도시는 혼돈에 빠진다. 정체를 숨긴 배트맨에게 가면을 벗고 나타나지 않으면 무고한 시민들이 죽게 될 거라는 선전포고를 남긴 조커. 이에 배트맨은 중대 결정을 한다.

 그러나 악당 조커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금전적 요구도, 배트맨의 처참한 죽음도 아니었다. 그가 욕망한 것은 공포로의 굴복이며, 이는 육체를 잔혹하게 학대하는 것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인 정신적 차원에서의 도덕적 타락을 의미했다. 배트맨을 비롯한 고담시의 주민들은 조커가 제안한 게임에 참여해야 했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선 타인의 생명을 짓밟아야 했다. 전대미문의 사악함으로 무장한 조커의 무자비함 앞에서 배트맨은 무력감을 떨쳐내고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영화 ‘다크 나이트’는 슈퍼 히어로 영화답게 압도적인 스케일의 스펙터클과 배트맨을 대표하는 화려한 첨단장비의 현현으로 블록버스터급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치는 볼거리만큼이나 풍성한 세계를 향해 던지는 질문에 있다. 권선징악적 결말로 귀결되기는 하지만 매 상황에 대한 해답을 분명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영웅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때문에 빛이 어둠을 이기는 과정은 배트맨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과연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른 것이며, 바른 가치와 정의는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도덕과 양심의 딜레마 속에서 어둠의 기사 ‘다크 나이트’의 고뇌에 찬 결정은 진정한 영웅의 능력은 초능력이나 슈퍼 파워가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정의는 살아있다는 희망, 이것이야말로 배트맨의 신념이자 그가 절실히 지키고자 했던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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