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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미투라는 폭풍이 예토를 휩쓸고 지나갔다. 무섭게 몰아치던 격동의 바람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며 진정한 정토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페미니즘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인지 지금은 안갯속을 걷는 듯 적막하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은 미국의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2006부터 시작한 캠페인으로서 성범죄에 취약한 유색 인종 여성 청소년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SNS에서 "me too"라는 문구의 사용을 권장하면서 시작됐다. 또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서로 간 위로를 통해 연대 의식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직접적으로 폭발하게 된 계기는 2017년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수많은 여성 배우들과 신인 지망생들에게 성추행과 성폭력 등을 일삼았던 스캔들이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미투 운동은 우리나라에 상륙했고 모 시인이 그간 문단 내부에서 발생한 성추행과 같은 행태를 소재로 한 비유적 시가 발표되면서 전국의 각계각층에서 불길처럼 확산됐다. 이에 노벨문학상 후보까지 올랐던 우리 시단의 거장인 모 시인이 그 중심에 서 있었기에 시단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학계, 연예계, 문화계, 정계, 심지어는 신성해야 될 교육계와 종교계까지 퍼져 나가면서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와 의식구조가 전반적으로 잘못돼 가고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렇다면 미투운동이 시작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구조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을까? 대부분의 국민들은 사회적 약자가 거대세력에 대한 유일한 저항과 고발의 통로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혹자는 인민재판식 마녀사냥이라고 폄훼를 하고 또 다른 사람은 특정인을 매장시키려는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남의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쌍방 합의하에 이뤄진 애정행각이라며 피해여성이 개인 간 다툼과 갈등의 표출이라며 남성우월주의적 사고로 접근하는 등 매우 위험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쏟아내고 있다. 물론 이를 악용해 아무 죄가 없는 인권을 유린해서 안 된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등장한 미투의 유형은 대다수가 권력형 성범죄라는 점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예컨대 가해자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우월적 권력을 행사해 회식장소에 강제로 참석시키는가 하면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직장 내 권력을 지닌 고위 간부들이 카르텔을 형성, 위법 부당한 행위를 한 권력자를 위해 피해자를 매도하며 겁박하는 것도 모자라 가해자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피해 여성에 대한 행실을 문제 삼는가 하면, 꽃뱀, 함정의 덫, 공갈배로 몰아가며 물 타기를 하는 등 제2차 피해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미투 폭로를 한 피해자를 또 한 번 힘들게 하는 사태가 벌어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모 스튜디오로부터 협박에 의해 외설 성향의 사진 촬영을 강요받았다는 유명 유튜버 양모 씨의 이야기인데 피해 당사자의 주장과는 달리 유튜버 양모 씨가 강압이 아닌 자율적으로 촬영에 임했다는 스튜디오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 ‘무고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린 것이다. 이 청원은 지난 5월 25일 처음 시작하여 5월 28일 현재 12만 명이 동의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향후 진행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청원 내용이 ‘미투를 그저 돈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 ‘무죄한 사람을 매장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무고죄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한다는 내용으로 청와대의 답변에 따라 앞으로의 미투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죄와 유죄는 법이라는 제도의 경계에서 늘 서성거리며 애매하다. 오죽하면 법조계에서는 ‘무죄’는 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죄가 있음을 증명하지 못한 것이라 했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무죄일지 몰라도 도덕과 윤리적으로는 무죄가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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