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발(發) 트레이드 뒷돈 스캔들이 프로야구를 강타하면서 KBO리그를 주관하는 KBO 사무국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히어로즈 구단이 그간 KBO 사무국에 신고하지 않고 트레이드 이면계약으로 131억5천만 원이나 따로 챙긴 사실이 드러나자 야구팬들은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뒷돈을 요구한 히어로즈와 히어로즈의 재정난을 악용한 8개 구단은 KBO리그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한 공범으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트레이드를 최종 승인한 KBO 사무국도 관리·감독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야구팬들은 KBO가 주도적으로 넥센 사태를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O 사무국은 법률 검토에 앞서 KBO리그를 지탱하는 KBO 정관과 규약에 따라 적절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횡령·사기 등의 혐의로 이장석 전 히어로즈 구단 대표이사가 지난 2월 법정구속되자 정운찬 KBO 총재는 이 전 대표의 직무를 정지했다. 이는 KBO리그의 발전과 KBO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리그 관계자에게 필요한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규약 4조 (총재의)지시·재정 및 재결에 따른 것이다.

KBO 사무국은 또 8개 구단의 트레이드 뒷돈 제공 자진 보고에 앞서 히어로즈가 NC 다이노스·kt 위즈 두 구단과 지난해 트레이드로 뒷돈 6억 원을 챙긴 사실이 29일 언론 보도로 드러나자 6억 원을 야구발전기금 명목으로 전액 환수하겠다고 발표했다. KBO 사무국은 규약의 부칙 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 조항을 전액 환수의 근거로 삼았다.

KBO 사무국은 법률·수사·회계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히어로즈 구단과 SK 와이번스를 제외한 8개 구단의 트레이드를 전면적으로 조사한다. 상벌위원회는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히어로즈와 8개 구단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야구팬들의 빗발치는 비난을 의식해 KBO 사무국은 규약을 앞세워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딱 거기까지다.

먼저 정규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이 KBO 사무국 운신의 폭을 좁힌다. 현행 10개 구단 체제의 안정적인 운영과 리그 발전이 KBO 사무국의 첫 번째 책무라고 볼 때 시즌 중 섣불리 히어로즈 구단을 흔들었다간 리그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게 KBO 고위층의 판단이다.

KBO 사무국이 야구단 운영에 개입하는 것도 ‘응급조치’에 한정된다. 다만, 특조위 조사에서 트레이드 뒷돈이 구단 운영 자금으로 투입되지 않고 이 전 대표의 개인 자금으로 유용됐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적 조처를 거쳐 이 전 대표 개인의 영구 제명은 물론 구단 제명도 고려할 수 있다.

규약 13조는 KBO리그 회원으로서 의무를 태만히 하거나 제명 사유에 해당하는 구단을 KBO 이사회 심의를 거쳐 총회에서 재적 회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 제명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구단 해체 또는 퇴출은 총재 직권이 아닌 총회 의결 사안이다.

정규리그를 마치고 히어로즈 구단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면 KBO 사무국과 각 구단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공산이 크다. 리그 전체에 파급력이 큰 구단 해체 대신 새로운 인수 기업 물색에 발 벗고 나설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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