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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지금 지구촌 유일의 냉전지역이라 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의 한반도가 마치 ‘뜨거운 감자’처럼 전세계 모든 국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불과 5개월여 전인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군사적 옵션 검토’ 등으로 전쟁위기설까지 제기됐던 한반도가 ‘언제 그랬느냐’ 하는 식으로 금년 초부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단 이래 지금까지 미국에 대해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백년숙적(百年宿敵)’이라 단정하면서 극도의 적개심을 나타냈던 북한이 미국과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공식회담을 오는 12일에 열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는 말처럼 미국과 북한 양국 간의 정상회담을 불과 8일 앞두고 있는 지금, 과연 이 회담이 당초 예정대로 열릴 것인가에 관해서는 적지 않은 의문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회담의 당사자, 그 중에서도 북한이 양국 정상회담의 의제(議題)와 별다른 상관성이 없는 ‘맥스 선더’ 등 한미 간 연합훈련 문제나 ‘리비아식 핵폐기’ 등 미국 내 주요 당국자의 발언을 구실로 강도 높은 비판이나 비난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터무니 없는 비난 등에 발끈하면서 지난달 24일 돌연 북한과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귀국 후인 지난달 26일에는 판문점 ‘통일각’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중재를 하자 양국 간 회담의 불씨는 되살아나게 됐다.

 이에 따라 지금 이 순간에도 판문점 ‘통일각’에서는 양국 간 정상회담 의제를 협의하기 위한 회담이, 그리고 싱가포르에서는 경호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회담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30일부터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북한의 노동당 부위원장인 김영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고위급회담에 참여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판문점과 싱가포르, 미국 뉴욕 등지에서 활발한 사전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앞날이 결코 밝거나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회담의 핵심의제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문제’를 놓고 양국이 원만하게 합의하기에는 넘어야 할 고개와 산이 너무나 많고 또 높기 때문이다.

 당초 알려진 대로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것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문제와 이에 상응한 미국의 북한체제 보장 문제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볼 때 미국의 북한체제 보장문제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문제’는 말처럼 그리 쉽게만 보여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동안에도 거의 습관이나 버릇처럼 북한 당국은 제네바 합의나 9·19 공동성명 등의 합의 과정에서는 ‘핵동결과 폐기’에 합의했으면서도 그 이행과 실천 과정에서는 매번 이런저런 핑계나 구실을 대면서 국제원자력기구의 특별사찰 등을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겉 다르고 속 다른 2중적 행태를 보여왔던 북한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앞으로는 성실하게 사찰을 받을 것이라는 분홍빛 기대만을 갖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관한 의혹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일례(一例)로 지난 달 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만 해도, 단 1명의 핵전문가를 참가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가운데 전문지식이 없는 기자들만 참관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받고 핵폐기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아니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절차와 방법대로 ‘완전한 핵폐기’를 위한 문제에서 진정성을 갖고 성실하게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단순한 희망사항이나 기대가 아니라 반드시 관철돼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이자 미국-북한 간 정상회담의 성공을 가져올 관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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