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기북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정부 지원 햇살론을 받게 해 주겠다"며 4억여 원을 가로챈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 일부를 검거했다. ‘보이스피싱’은 허위 내용으로 전화를 걸어, 금융 정보를 알아내거나 금전을 편취하는 사기범죄다. 주로 ‘IT 이용이 능숙하지 않거나 신체적·심리적으로 미약한 노령층과 사회적 취약계층’에서 피해가 발생한다.

이번 사건도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던 피해자(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가 ‘저금리 대출’이라는 문자메시지에 낚이면서 시작됐다. 당시 전화를 받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하며 대출 명목으로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출금을 늘리려면 "거래실적을 올려 신용등급을 높여야 한다"는 감언이설로 41차례에 걸쳐 2억9천400만 원을 입금토록 유도했다.

 심지어 은행에서 피해자 계좌를 정지하자 한술 더 떠 "신용등급 상향 작업이 금감원에 적발돼 계좌가 정지된 것"이라며 추가 현금까지 요구했다. 한편 본전 생각에 거래를 끊을 수 없었던 피해자는 이후에도 11차례에 걸쳐 1억1천만 원의 현금을 융통해 넘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악질적인 범죄는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나. 우선 수사 조직부터 통합할 필요가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체계적으로 분산돼 있어 일망타진이 쉽지 않다. 전화 사기, 수거 및 이체, 환치기 등 각 영역이 전문적·독립적 방식으로 전개되는데다 대부분이 해외에 본거지를 둔 국제조직범죄 형태로 운영된다.

 따라서 제대로 된 수사를 하려면 경찰·은행·금감원·국세청 등 흩어진 기능을 통합하고, 국가 간 협력 수사망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모두가 경계심을 갖고 범죄 기미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는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옌볜 사투리를 써서 웬만하면 알아챘다. 지금은 많이 진화했지만 그래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허점을 찾을 수 있다. 마치 훈련 받은 것처럼 감정기복 없이 무미건조하게 빠른 속도로 말하거나, 해당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색하게 전문용어를 자주 반복하는 경우가 그 예다.

 이럴 땐 예상치 못한 질문 하나를 불쑥 던지는 것만으로도 범죄 의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 합리적 의심과 현명한 대응이 최상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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