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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관해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완충지’라는 설명을 한다. 적어도 일본이 근대적 해양국가로 등장한 이후에는 현실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미국의 지정학자 스파이크먼의 지적을 눈여겨봐야 한다.

 "열강 사이의 세력 다툼이 기본적인 국제관계의 역동적 세계에서 작은 완충국가들의 궁극적 운명은 잘한다 할지라도 위기 속에서 사는 것"이란 그 말을 스쳐 지나갈 수 없다는 걸 실감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있을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이 다시 열렸으나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라도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위기에 처할 개연성은 여전할 것으로 보는 게 정상적이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가 참가해야만 온전하게 결실을 맺을 수 있고, 이후의 위기도 확대되지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그동안 미·일 진영과 중·러 진영은 우리 한반도의 남북 분단에 따른 적대적 상황을 이용해 상대 세력의 확장을 막는 한편 자신들의 내부 정치적 수요를 충족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들 모두가 한반도에서 열전을 원하지는 않았으나 상대에 대한 적대와 공포의 진행은 원하는 바였고 필요로 해왔다. 그 결과가 지금까지 70여 년 동안 남북한이 대결과 위기 속에서 지내야 했던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은 이 ‘공포의 균형’ 체제를 끝내려는 입구에 불과하다. 마치 통일이 금세 도래할 것 같은 환호나 기대는 금물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평화의 균형’ 체제가 정착하려면 바로 우리 주변의 그들이 참가하고 동의해야만 가능해진다. 중국은 우선 정전체제의 당사자다.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비행기를 이용해 찾아가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상의해야 할 만큼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핑계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소동(?)을 벌인 건 이미 알고 있는 바다. 결과적으로 중국을 빼놓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어렵다는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그들은 일본 패싱이 거듭되자 미국을 움직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방해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걸 과시(?)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일본의 능력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특히 평화체제가 정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인 북한의 경제적 개발에 있어 일본의 역할은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의 과실을 따겠지만 소요될 이후의 경비에 있어서는 일본을 중심으로 우리와 중국에 떠넘기려 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금 한반도에서 ‘평화적 균형 체제’를 이루는 데 있어 복잡한 국제정치의 관계를 모조리 이해하는 일은 쉽지도 않겠으나 꼭 필요한 일도 아니다. 다만 직시해야 할 것은 미국의 전임 대통령 오바마가 겉으로는 정의로워 보이지만 미국 엘리트 집단의 이익을 대변해온 데 반해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한 장사꾼 논리로 회담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셈법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우리 처지에서 이웃 국가 중국과 일본은 결코 무시하거나 빼놓을 수 없는, 마땅히 좌우의 형편을 살피고 협력을 구해야 한다.

 ‘우리 민족끼리’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불가능하다. ‘한미 동맹’만으로는 어림없다. 남북한과 이들 열강들 사이에 세력 충돌을 방지하는 완충지대로 남는다는 합의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물론 시급한 건 남북한이 확실한 화해와 공존의 틀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가 어마무시한 통일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전쟁의 공포 없이 공생하며 번영하는 한반도를 고대하는데 뭘 그리 앞뒤 상하를 두루 살펴야 하느냐는 투의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과 일본. 이 가깝고도 먼 나라가 역사적으로 우리와 어떤 관계였는지 감정이입을 하지 말고 미래의 역할을 생각하며 차분하게 진짜 이웃으로 만드는 일, 그것이 오늘에 사는 우리 평범한 시민들의 해야 할 일이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어지러운 평론과 전망보다 건강한 시민의식이 더 소중한 이유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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