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마지막 주말 내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한 단체의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를 마쳤다.

 처음 준비할 때는 혼자 해도 힘에 부치지 않지만 대회가 임박해서는 여러 임원들의 손길이 절실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 하나 제대로 도와주지를 않았다. 3월 말까지 필요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했는데도 두 달 가까이 아무 말이 없다가 그냥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핀잔을 주는 선배. 또 다른 선배는 일찌감치 행사 준비를 끝냈어야 할 문제에 대해 왜? 늦느냐고 질책하는 등 목소리도 다양하다.

 결국 선배들과 싫은 소리까지 오가기도 했지만 무사히 대회를 끝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3년 동안 이 행사를 진행해 왔지만 올해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 폐회식을 마치고 모든 회원들이 운동장을 떠나가고 마지막으로 나오려고 하니 눈물이 핑 돈다. 내 몸을 어루만지며 내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한다. 3개월가량 거의 혼자 모든 것을 준비하고 치렀기에 성공적인 행사였다며 내 스스로에게 위로도 해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 더욱 더 성공적인 체육대회가 됐을 것 같다는 작은 후회도 밀려온다. 그래서 일부 회원들에게 물어본다. 이번 체육대회 평가를 해 달라고. 대부분의 회원들은 대회 당일 날씨가 무척 더웠지만 다른 해보다 알찬 행사였던 같다고 답한다. 내 스스로도 무사히 행사를 치렀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도 마음은 개운치 않다. 이런 마음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

 매우 무겁게 느껴지는 나의 마음을 알고 싶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나의 내면세계를 들여다 보면서 선·후배들이 내게 했던 서운함으로 인해 힘들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 올려본다. 도대체 이런 서운함은 왜? 또,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이윽고 불가에서 이야기하는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 탐진치(貪嗔痴) 삼독(三毒)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통해 나를 내세우고 싶은 욕심 등을 아직까지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도록 하라’는 말을 남에게는 자주했으면서도 내 스스로는 실천할 줄을 몰랐던 것 같다.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나의 작은 희생을 통해 만인이 행복하다면 기꺼이 그 희생을 되풀이해도 좋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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