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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덕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양잠산업은 고조선 시대부터 이어져온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산업 중 하나다. 1960~70년대에는 주요 수출자원으로 국가 경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실크의 수요 감소에 따라 크게 위축된 상태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실크 원료를 생산하던 양잠산업을 건강기능식품 원료를 만드는 ‘기능성 양잠산업’으로 변신시키면서 5령3일 건조누에, 누에동충하초 등을 생산하는 유망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 양잠산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숙잠(熟蠶)이다. 숙잠은 누에가 완전히 자라 몸속에 단백질 성분의 견사선(견사단백질)이 가득 찬 상태의 누에를 말한다. 숙잠의 몸속에 들어 있는 견사단백질은 최고의 고기능 영양원이지만 너무 딱딱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어느 나라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숙잠을 수증기로 쪄서 동결 건조한 다음 분말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렇게 생산된 숙잠을 쪄서 익혔다는 의미로 ‘익힌숙잠’이라고 부른다. 찐 밤과 비슷한 맛이며 부드럽고 포실포실해 먹기도 좋다. 분말 형태로 만들어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농촌진흥청은 한림대, 차의과대, 동의대 등 약학전문 대학들과 공동으로 익힌숙잠의 건강기능 증진효과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 결과, 익힌숙잠을 섭취하면 혈중 알코올농도를 48% 감소시켜 주취를 줄여주고,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를 45% 감소시켜 숙취를 줄여주며, 알코올 과다섭취로 인한 지방간(26% 감소), 간섬유증(21% 감소), ALT(43% 감소) 및 AST(42%) 등의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춰 알코올성 간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자외선을 쬐더라도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덜 형성돼 피부의 흑화를 최대 41% 방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과다한 멜라닌 색소의 침착으로 인한 기미, 주근깨, 검버섯 등의 피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 또한 우수함을 확인한 바 세계적인 추세인 먹는 피부미용제로서의 상품화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현재는 기억력 개선, 치매예방, 파킨슨병 예방, 간질환 예방, 발모촉진 등 다양한 기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수한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익힌숙잠이 이와 같이 다양한 기능성을 갖는 이유는 숙잠의 몸속에 대량으로 함유돼 있는 여러 가지 아미노산 및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 플라보노이드 등의 성분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그 성분과 작용기전 등에 대한 과학적인 구명을 위한 연구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익힌숙잠이 조금 더 대중에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익힌숙잠의 새로운 이름을 대국민 공모했는데, 수많은 이름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뽑힌 이름이 바로 ‘홍잠(弘蠶)’이다. ‘넓고 큰 기능성으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누에’라는 의미로 입에도 착 달라붙고 뜻도 좋다. 이름처럼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으며 널리 불리는 날이 오길 바란다.

 평균수명 연장과 지구 환경변화 등으로 인해 질병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고령화시대에 들어섬에 따라 치매,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이 급격히 증가해 국가적인 이슈로 등장하고 있으며, 알코올이나 유독물질로 인한 간질환의 발생도 증가하고 있고, 자외선에 의한 피부질환 증가 등 다양한 질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열심히 사는 틈틈이 마음 한편으로는 건강에 대한 염려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홍잠이 그런 염려를 덜어주고 많은 국민들이 건강한 삶을 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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