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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 교수
한국지엠 회생에 대한 방향이 결정됐다. 결국 정부에서 공적 자금 8천억 원 투입이다. 나는 수개월 전부터 한국지엠의 회생에 대한 몇 가지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가 이유 불문하고 공적 자금을 투입할 것이며, 글로벌 GM은 출자전환을 통해 실질적인 자금 투입은 지양하며, 노사 합의는 극적으로 마지막으로 꼭 만든다는 추정이었다. 어느 하나 어긋난 사안은 없다. 역시 현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과연 한국지엠을 어떻게 살려야 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반 토막 난 국내 판매율을 4%대에서 10%대로 올려야 하는 숙제를 당장 안고 있으나 단번의 추락을 올린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에서 앞으로 나오는 한국지엠의 실사 결과나 자구책 등은 의미가 없어졌고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로 합의한 이상 향후에 한국지엠 자체나 정부 차원에서 후속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

 우선 한국지엠의 먹거리이다. 지난 수년간 제대로 된 경쟁력 있는 차량이 없었던 한국지엠의 입장에서는 향후 출시되는 차량이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를 보면 미래를 본다는 입장에서 한국지엠의 향후 신차에 대한 완벽한 각오가 없다면 미래가 불투명하다.

 합의를 통해 부평과 창원공장에 신형 SUV와 CUV를 투입한다고 하고 있으나 이 차량도 2~3년 후에 출시되는 차량으로 그동안 판매할 만한 차량이 극히 적다. 이쿼녹스라는 중형 SUV 등도 출시되나 과연 시장에서 얼마나 선전할지 장담을 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국내 공장에서 제작하는 차종이 아니라 완성차로 수입되는 OEM 수입차라서 국내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워낙 경쟁력 높은 차량이 즐비하고 치열하며, 수입차도 강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만큼 쉽지 않다. 국내에서도 좋은 차량으로 출시됐으나 냉정한 시장반응으로 실패한 신차가 많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활성화돼 점유율을 높이지 못한다면 앞서 발생한 한국지엠의 경영상 실패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은 무서운 만큼 이전보다 품질과 가격 등 가성비를 더욱 높이고 강력한 애프터 서비스로 소비자의 반응을 크게 이끌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둘째로 한국지엠의 살고자 하는 의지이고 진정성이다. 과거와 같이 적당히 하고 시간만 끄는 노사가 된다면 앞날은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쌍용차의 과거를 보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알 수 있다. 과연 한국지엠이 진정성을 갖고 글로벌GM을 설득하고 좋은 차량을 배정받고, 없으면 뺏어오는 마음으로 노력해야 하며, 연구개발 능력을 배가해 우리 손으로 디자인부터 최종 단계의 출시 차량까지 진행한다면 존속 가능성은 높아진다.

 셋째로 정부의 감시 능력이다. 지속적으로 한국지엠의 자구책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하고 이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인 8천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상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자신의 돈으로 여기고 잘 사용하고 있는지, 회생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과연 진정성과 노사 노력은 어느 정도인지, 항상 감시가능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지엠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변한 것은 정부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 변한 것은 없고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폭탄 돌리기식의 후세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음 정부에 큰 부담이 되지 않게 다시 한번 정부나 한국지엠 모두가 정신 차리고 노력해야 한다. 호주 등 해외 사례는 말할 필요 없이 참조할 만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검증을 위한 여러 코걸이를 하고 있으나 회사가 도태된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협약인 만큼 모두가 회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적지 않은 국민의 혈세가 상황에 따라 효과 없이 낭비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정부 당국은 항상 가져야 한다.

 당사자인 한국지엠은 더욱 각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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