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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창 부천원미경찰서 수사과 경사
얼마 전 종편 프로그램에서 ‘전국에서 가장 바쁜 지구대’를 배경으로 지구대 경찰관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드라마 ‘라이브’가 종영됐다.

 그동안 ‘경찰’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이러한 작품속의 경찰들은 영화 범죄도시 속의 마동석처럼 단숨에 범인들을 제압하는 완벽한 인물들로 그려졌다.

 그에 반해 드라마 ‘라이브’에는 그동안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봤던 경찰의 모습은 없었고, 야간근무 때는 출동 인원이 부족해서 쉬지도 못하고 출동하는 경찰, 현장에 출동해서는 취객들로부터 뺨을 맞거나 취객들이 순찰차 안에 토해 놓은 배설물을 치우는 경찰, 그리고 사건현장에서 긴장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물론이고, 범인에게 칼을 맞는 경찰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용감하고 멋있는 경찰의 모습이 없어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어쩌면 이 드라마 속 지구대 경찰관들의 모습이야말로 실제 우리가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그리고 시민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 가장 먼저 시민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경찰의 진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의 열악한 근무환경도 실제 우리 경찰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찰의 1인당 치안 서비스 대상 인구는 약 450명 수준으로, 미국(354명), 프랑스(300명)에 비하면 부족하고, 지구대 경찰관의 경우에는 4일에 한 번 밤을 새야 하는 불규칙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급성심근경색 발병률은 경찰이 일반 공무원보다 1.84배, 그리고 협심증(1.52배), 뇌혈관질환(1.36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또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복무 중 사망한 경찰관 438명 중 286명(65.2%)이 질병으로 숨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순직으로 인정된 경찰관은 79명(18%)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행 경찰법 제3조에는 국가경찰의 임무로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범죄피해자 보호, 경비·요인 경호 및 대간첩·대테러 작전 수행,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교통 단속과 위해 방지, 외국 정부기관 및 국제기구와의 국제협력, 그 밖의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처럼 치안 질서를 유지하고 범죄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임무를 당당하는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일컫는다.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서 범인의 칼에 맞아 부상을 당한 경찰관은 "25년 넘게 사명감 하나로 악착같이 버텨온 나를 이렇게 하찮고 비겁하고 비참하게 만들었습니까. 누가 감히 내 사명감을 가져갔습니까" 라며 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는 시보경찰관과 지구대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어쩌면 우리 경찰들도 매일 이러한 생각들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명감 하나로 근무하지만, 과연 그 대가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물론 근무환경이 개선되면 경찰의 ‘사명감’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경찰도 보통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경찰을 응원해 준다면 경찰의 사명감은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사명감은 더 좋은 치안서비스로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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