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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이나 치료 목적의 경막천자(허리나 목 등 척추 부위에 바늘을 넣어 뇌척수액을 뽑거나 약을 투여하는 것)나 척추 또는 경막외 마취 시술을 받은 환자가 퇴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괜찮다가 앉거나 일어설 때 극심한 두통을 느끼고, 때로는 어지럼증이나 구토 증세를 겪기 때문이다.

이는 ‘경막천자 후 두통’이라는 증상으로, 앉거나 일어서면 악화되고 누우면 완화되는 일종의 체위성 두통이다. 시술 후 0.1%에서 많게는 36%의 확률로 발생하며, 바늘이 들어간 부위가 잘 막히지 못함에 따라 뇌척수액이 지속적으로 유출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시술 직후부터 48시간 내에 발생하며, 수일 내 자연스레 완화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수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환자가 두통을 겪더라도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거나 안정을 취하면 곧 나아지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적극적인 약물치료나 ‘경막외 혈액 봉합술’을 시행한다.

경막외 혈액 봉합술은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뇌척수액의 누출이 의심되는 부위 주변의 경막외 공간에 주입하는 것으로, 주입된 혈액이 응고하면서 뇌척수액의 유출을 막는다.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영준·이준우 교수팀은 경막외 혈액 봉합술의 두통 완화 효과를 확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16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 후 겪는 두통에 대한 시술의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 중 157명(95.8%)에서 두통의 ‘완전 경감’ 효과를 보였고, 대부분 한 차례 시술만으로 두통의 완전 경감 효과를 얻었다. 재발한 경우에서도 한 차례 정도의 추가적인 시술로 두통에 대한 완치가 가능했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혈액암 환자나 종양이 중추신경계를 침범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막천자를 시행하는 빈도가 높아져 그에 따른 두통을 완화할 효과적인 치료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는 환자가 두통을 겪지 않고 빠른 시일 내 안정을 취하게 하는 치료법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준 교수는 "경막천자 후 두통은 불특정 환자에게 흔히 발생할 수 있음에도 의료진이 적절한 치료법에 대해 알지 못할 경우 두통을 없애기 위한 일반적인 치료만 하게 된다"며 "환자가 병원에서 경막천자를 받은 이후 또는 수술이나 출산을 위해 척추 마취를 하고 지속적인 두통을 호소한다면 전문가와 상담 후 적절한 치료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상의학과 국내 학술지인 「대한영상의학회지」에 게재됐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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