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에 삼탕까지.’ 6·13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공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미 추진되고 있거나 예전에 나온 공약이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5일 각 후보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선거공약서와 선거공보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상당수 공약이 기존 공약의 재탕 또는 삼탕이거나 시와 군·구에서 추진 중인 사업에 ‘조속’이라는 단어를 넣어 되풀이한 정도에 불과했다.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와 ‘경인전철 지하화’, ‘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공약은 4년 전 ‘제6회 지방선거’에서도 공약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정부와의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해묵은 현안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조기 착공’과 ‘인천 1호선 검단 연장선,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선 조기 착공’, ‘제3연륙교 조기 건설’ 등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이다. ‘조기(早期)’라는 단어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후보들은 이 단어만 붙여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기초단체장 후보자들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남동국가산업단지 구조고도화와 소래포구 어시장 현대화, 여성회관 건립, 전통시장 현대화, 루원시티 행정타운 등 공공청사 이전 추진, 하나금융그룹 서구 유치, 공기청정기 보급 등의 공약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내용이거나 추진 중인 사업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보자들 간에 공약 표절 시비까지 생기고 있다.

부평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학교 주변 CCTV 설치 등 상대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은 내가 이미 지난 3월 주민들에게 돌린 의정활동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이라며 "CCTV 확대는 지난해 구청 담당 부서와 협의해 이미 200만 화소로 교체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최문영 인천YMCA 사무처장은 "이번 공약을 보면 지난 선거 때 나왔던 내용들을 재탕하거나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공약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은 군·구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이 공약을 좀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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