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복(45·가명) 씨는 인천∼서울 광역버스 기사다. 김 씨는 요즘 노심초사다. 7월 1일부터 시행하는 근로기준법 때문이다. 격일제로 하루 17∼18시간씩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 2교대로 하루 8∼9시간씩 일해야 한다. 평일 기본근로 40시간, 평일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 등으로 주당 근무시간이 68시간으로 제한된다. 김 씨는 근로시간이 짧아진 만큼 급여와 휴일(현재 15일 가량→6일 정도)이 줄어들까봐 걱정이다. 김 씨는 외벌이 가구로 현재 280만여 원인 급여가 줄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할 판이다. 연장근로가 주 12시간으로 묶여 하루 2∼3시간밖에 할 수 없다.

그동안 인천 광역버스 업체들은 하루 기본근로 8시간, 연장근로 9∼10시간 등 모두 17∼18시간을 일하고 다음날 쉬는 격일제를 일반적으로 적용했다.

김 씨의 걱정을 아는 광역버스 사업주 이정춘(50·가명) 씨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김 씨를 포함한 기사들이 급여 감소 등을 이유로 현재처럼 격일제 하루 17∼18시간씩 일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 씨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근로기준법을 맞추려면 기사를 더 뽑아야 하는데, 광역버스는 시내버스보다 급여(최대 80만 원)가 적어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다.

결국 30∼40% 감차로 이어진다. 이 또한 이 씨에게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 된다. 현재 이 씨 회사는 기사들이 하루 8∼9시간씩 근무하기 위해 100여 명인 기사 수를 140여 명까지 늘려야 한다. 이 때문에 이 씨를 비롯한 인천 광역버스 업체들은 시에 사업계획 변경(감차) 승인 인가 신청까지 고려하고 있다. 감차는 배차간격이 현재 10∼15분에서 25∼30분까지 늘어나 시민 불편을 줄 수 있다. 광역버스 업계는 현재 버스 1대당 1.8명인 기사 인력을 2.6∼2.8명까지 올려야 감차 없이 배차간격 유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인천시는 현실 인식에 둔감하다. 탄력근무제를 이용하면 된다는 말만 할뿐, 실태조사나 현장을 안 들여다 보고 있다.

광역버스 업계 관계자는 "시가 근로기준법 강화로 버스업계와 기사들이 받을 타격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시 관계자는 "탄력근무제를 이용해 주 68시간 근무하면 격일제로 17∼18시간씩 일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51조는 탄력근무제 기간을 3개월 안으로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운송업계가 여름철 매우 바빠 3개월간 탄력근무제를 허용하는 식이다. 또 3개월간 탄력근무제로 추가 근무한 만큼 겨울철 휴일을 줘야 한다. 상시근무인 광역버스 업계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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