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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서 노인이 폐지를 싣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수원에서 폐지를 주우며 생활하는 김모(72)할머니는 최근 관절에 무리가 와 밖에 나서는 것조차 힘들다. 이제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당장의 생계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다. 자식들은 모두 출가해 1년에 딱 한 번 찾아오는 게 끝이고, 딱히 배운 기술도 없어 이제 와 다른 일거리를 찾기도 힘든 실정이다.

김 할머니는 "관절이 예전 같지 않아 허리와 무릎, 안 쑤신 곳이 없다"며 "하지만 끼니라도 때우려면 매일매일 폐지를 모아 팔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 할머니처럼 수원시내 폐지 줍는 노인 10명 중 7명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가량이 홀몸노인으로 생활수준이 매우 낮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시에 따르면 지난 4월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 시내에는 577명의 노인이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여성이 396명으로 68.6%였으며, 76세 이상 고령의 노인이 379명으로 65.7%에 달했다.

가구 구성은 홀몸노인이 316명(54.8%)으로 가장 많았고, 생활 수준은 중위소득 50% 초과가 290명(50.3%), 기초수급자와 중위소득 50% 이하가 287명(49.7%)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50만 원 이하의 월평균 소득이 있는 노인의 수는 425명으로 79.3%였으며, 10만 원 이하의 폐지 수집 월평균 소득이 있는 노인의 수는 453명(91%)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노인은 소득의 대부분을 식비(37.3%)와 의료비(35.6%)로 지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체 노인의 71%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폐지 줍는 일을 한다고 응답했으며, 소일거리로 한다는 응답은 14.6%에 불과했다.

결국 노인들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폐지 수집에 나서는 셈이다. 따라서 이들 노인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종합적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인일자리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며, 우선 희망자 112명에 대해 거리질서, 공공질서, 환경미화 등 노인사회활동지업사업에 참여시킬 예정"이라며 "이 밖에 각 동 행정복지센터와도 연계해 상시 긴급지원 여부를 파악, 대상자 발생 시 긴급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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