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축성된 수원시가 대한민국 대표 관광 1번지로 거듭나고 있다. 정조가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화성을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요즘 관광객들의 트렌디한 취향까지 흡수해 한동한 침체돼 있던 지역 관광산업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전 세계인이 방문하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정조의 도시’ 수원시가 펼쳐나가고 있는 관광 마스터플랜을 엿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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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조대왕 능행차.
관광객 800만 돌파 시대 연 ‘수원시’

 2017년 한 해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중국과의 사드 갈등 여파가 극에 달하면서 그야말로 초토화될 뻔했다.

 ‘한류(韓流)문화’를 매개로 영화와 드라마, 가요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우수성이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운 중국은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큰손’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중국의 사드 관련 조치 이후 국내에 유입되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급감하면서 관광산업을 기반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해 나가고 있는 전국 각 도시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도 수부도시인 수원시는 역사적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정조’와 ‘화성문화재’를 중심으로 관광마케팅을 진행해 ‘800만 관광객 시대’ 포문을 여는 성과를 올렸다.

 시는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자 영민하게 국내 관광객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수원화성, 화성행궁, 화령전, 수원전통문화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수원화성박물관 일원에서 ‘밤빛 품은 성곽도시, 수원야행(夜行)’이라는 타이틀로 전국단위의 관광행사를 열었다.

 이 같은 전략은 제대로 적중했다. 수원야행이 열린 8월 한 달 동안 수원을 방문한 관광객 수만 95만6천654명에 달했다. 단순한 문화재 관람에서 벗어나 ‘야행’이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 관광객의 눈과 귀, 입까지 삼박자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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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화성행궁 상설한마당’ 개막 공연.
‘제54회 수원화성문화제’도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수원화성(華城) 일원에서 열린 수원화성문화제에서 단연 가장 큰 볼거리는 ‘정조대왕 능행차’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찾기 위해 서울 창덕궁에서 화성 융릉까지 총 59.2㎞ 구간에 달하는 능행차 참배길을 국내 최초로 재현해 냈다. 1795년 을묘원행 이후 222년 만이다.

 역대 최대 인원인 75만 명이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에 찾아왔으며, 9월 한 달간 125만 수원시 인구를 30만여 명이나 훌쩍 뛰어넘는 159만1천812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이같이 관광산업의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 덕분에 역대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한 2016년 713만2천707명보다 94만2천561명(12.8%)이 늘어난 807만5천268명이 찾아왔다.

 외국인 관광객은 136만6천304명으로 전년보다 28만8천437명(17.4%)이 감소했지만, 내국인 관광객은 670만8천964명으로 전년보다 120만4천733명(21.8%) 증가했다.

# 정조의 숨결이 살아있는 ‘수원화성’

 양반의 도시 ‘전주’와 서울 ‘북촌’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한옥마을로 꼽힌다. 여기에 신흥 강자로 수원시가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시는 1989년부터 2002년까지 화성행궁 1단계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2003년부터 2단계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2단계 복원사업 대상은 우화관, 별주, 장춘각 등이다. 2020년까지 2단계 복원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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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륨기구 ‘플라잉수원’.
옛 신풍초등학교 부지에서 발굴조사 중이다.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시던 객사였던 우화관은 1905년부터 수원공립보통학교로 사용했고 이후 증·개축을 거듭하다가 사라졌다.

 수원시와 경기도교육청은 이러한 복원을 위해 신풍초교를 영통구 광교신도시로 이전했고 2015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조사를 시작했다.

 ‘한옥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시는 2013년부터 팔달구 신풍동·장안동 일대에 330억여 원을 들여 예절교육관·시립어린이집·한옥기술전시관·전통식생활체험관 등 총 11개 동의 공공한옥을 건축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화서문과 화홍문 인근에도 49억여 원을 들여 공공한옥을 짓고 매점 및 커피숍, 관광기념품 판매점을 입점시켰다.

 전통양식의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는 유럽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옥을 늘려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 보유도시로서 위상을 제고하면서 이를 보러 오는 관광객까지 잡겠다는 ‘투트랙 전략’이었다.

 ‘행리단길’은 수원 관광의 화룡점정이다. 화성행궁광장 옆으로 2030 젊은 세대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아기자기한 공방들이 밀집해 있는 인사동 골목을 연상시키는 거리를 걸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와 과거가 공존한, 시공간을 초월한 장소에 있는 기분이 든다.

 수원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욕구 증가에 맞춰 헬륨기구(플라잉수원)와 자전거택시, 화성어차 등 수원화성 관람수단 3종 세트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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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안사랑채 공공한옥 개장식. <수원시 제공>
매주 토·일요일 화성행궁 일원에서 ‘화성행궁 상설한마당’도 운영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전국 15개 상설문화관광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화성행궁 상설한마당’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되새기며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이뤄져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장용영수위의식, 토요상설공연, 주말체험마당, 순라군 4가지다.

 시는 전국 어디서나 하루에 수원화성 관광을 마치고 귀가할 수 있는 수원시티투어·코레일 연계 여행상품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한바퀴’를 출시했다. 당일 오전 코레일 열차를 타고 수원역에 도착한 뒤 수원시티투어를 이용해 수원화성 주요 명소를 둘러보고 나서 오후 코레일 열차로 귀가하는 패키지 상품이다.

 KTX 열차를 이용하면 전체 이용요금(코레일 왕복 티켓+수원시티투어)의 약 30%, ITX-새마을·무궁화열차를 이용하면 10%를 각각 할인받는다.

 수원화성 스탬프투어도 있다. 수원화성 주요 명소 10곳에서 스탬프 인증을 받은 이들에게는 아메리카노 커피교환권과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한다.

 시 관계자는 "세계문화유산 화성에 전 세계인이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며 "수원화성이 유수의 외국 관광 선진 도시 못지않은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꾸며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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