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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형마트의 정육코너에서 어느 부인이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고기를 사서 집에 갖고 가보니까 이상한 냄새가 나더라는 거예요. 정육코너 책임자는 냄새를 맡아본 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데요? 그렇지만 손님이 원하시면 다른 고기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부인은 울면서 마트를 뛰쳐 나갔습니다. 이 광경을 처음부터 보고 있던 마트 사장이 다가와 그 책임자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여보게.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말을 왜 했는가? 그런 말은 해선 안 되는 거야. 손님의 잘못을 지적한 거니까. 손님은 이제 우리 마트에 결코 오지 않을 거야."

 사실은 이랬다고 합니다. 부인이 고기를 사러 왔을 때 집에서는 그녀의 아들이 접착제를 가지고 놀았었던 모양입니다. 부인이 고기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말하자, 남편은 접착제 냄새 때문일 거라고 말했지만 부인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냄새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왔던 겁니다. 마트 책임자가 부인의 입장을 조금만 더 배려해줬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봅니다.

 아마 그는 다른 고기로 교환해주는 것을 배려라고 여겼을 겁니다. 그러나 부인은 울면서 뛰쳐 나갔습니다.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입니다. 고기가 상한 것이라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이 드러났습니다. 항의하려던 입장에서 이젠 수긍해야만 하는 입장으로 변한 자신이 얼마나 미웠을까요. 부인의 이런 마음을 조금만 더 헤아렸다면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요?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링컨이 대통령 선거에 나갔을 때 어린 소녀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편지 내용에는 링컨에게 수염을 기르면 보기에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이 있었습니다. 링컨은 소녀에게 수염을 기르겠다는 답장을 쓰면서 유세 기간 중에 소녀가 사는 지역을 한번 방문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유세 기간 중에 정말 링컨은 그 소녀가 사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마침 그때 소녀는 친구들과 함께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링컨은 소녀들의 소꿉놀이에 동참해서 무려 10분 동안이나 어울렸다고 합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그렇게 넓은 미국 땅의 곳곳을 누비며 유권자들의 손을 맞잡아야 하는 대통령 선거 유세, 초를 다투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이런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할 겁니다. 왜냐하면 위대한 사람은 아주 사소한 일에 온 정성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이 나랏일도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세계 오지를 다니면서 깨달은 것을 글로 표현하는 독일의 카우프만 여사가 미국의 한적한 산골의 낯선 집에서 묵었습니다. 마침 그 집에서는 십대 초반의 소년이 있었는데, 소년이 여사에게 물었습니다. "아주머니, 이것 좀 보세요.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려고 해요. 그런데 무척 힘들어 보여요."

 여사는 고치 안에 있는 나비가 몸은 크고 나올 구멍은 작아서 힘이 드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더니, 소년은 나비가 나오기 편하게 구멍을 크게 찢어주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여사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너는 참 착한 아이구나. 네가 그렇게 해주면 나비가 무척 고마워할 거야. 그런데 얘야, 만약 네가 그렇게 구멍을 넓혀주면 그 나비는 고치 밖을 나와서는 하늘을 날지 못한단다. 고치 안에 있을 때는 모든 영양분이 나비의 어깨에 몰려 있거든. 그런데 고치가 좁은 구멍을 나오려고 몸부림치는 동안 어깨에 있던 양분과 힘이 날개 쪽으로 이동하는 거야. 그래서 날개에 힘이 생기고, 그 힘으로 하늘을 맘껏 날아다닐 수 있는 거란다."

 소년이 모르고 있던 것을 깨우쳐주면서도 소년의 자존심을 높이 세워준 카우프만 여사와도 같은 사람, 어린 소녀와의 사소한 약속이지만 자신이 가장 바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링컨과 같은 사람, 그리고 고객의 부당한 항의에도 고객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트 사장과도 같은 사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많이 선출되면 참 좋겠습니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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