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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들판에서 울리던 농악가락 중국서도 ‘신바람’

성남 오리뜰농악 ‘신한류’ 자리매김

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2018년 06월 11일 월요일 제14면

‘농악’이라고 하면 영화 ‘왕의 남자’로 유명해진 안성 남사당패가 떠오른다. 대표적으로 평택농악, 광주광지원농악과 함께 경기농악의 한 맥을 잇는다.

 웃다리가락이라고 일컫는 경기농악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안성과 화성·이천·양주·김포·강화 등지에서 성행하며 우리 조상의 넋이 담긴 삶의 문화로 전승돼 왔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하나둘 명맥이 끊기기 시작했고, 훗날에서야 옛 문헌자료를 통해 지역별로 계승되고 있다.

 오리뜰농악도 분당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사라져 갔으나 2007년 정부의 전통예술복원 사업으로 재탄생하며 성남의 대표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제17회 성남오리뜰농악 정기공연 중 소고 놀이. <성남오리뜰농악보존회 제공>
# 사라진 흔적 찾아 ‘성남 농악’의 명맥 잇다

 오리뜰농악은 과거 광주군 낙생면 구미리(현 분당구 구미동 미금역과 오리역 사이 탄천변 일대)의 9개 마을 중 하나였던 오리뜰(평야) 마을에 내려져 오던 농악이다. 한국전쟁 이전부터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농번기와 농한기를 가리지 않고 전성기를 누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40년대 말 경기농악의 최고를 가리는 두 차례 경연대회에서는 각각 2위를, 1949년 당시 광주군 고등리에서 열렸던 대회에서는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후 1980년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던 중 강승호(49·현 성남오리뜰농악보존회장)씨가 2005년부터 원로의 연희자들을 찾아다니며 복원에 나섰고, 성남문화원 등 전문가 고증(考證)과 채록(採錄), 연습을 거쳐 2년 만에 다시금 빛을 보게 됐다. 농악꾼의 집념과 끈기가 찾은 성남 유일의 향토 농악인 것이다.

 강 회장은 1988년 농악에 입문, 전국을 다니며 농악전통예술을 전수받은 후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민간국악단체 ‘열린마당 도움소’, 풍물굿패 ‘살매’ 등의 단체를 이끌어 온 농악인이다. 2001년 중국 요령(遼寧)성 예술제에 한국예술단 참가를 계기로 중국 선양(瀋陽) 화신조선족소학교 풍물단 육성사업, 러시아 볼고그라드 고려인 사물놀이패 ‘태백’, 캐나다 빅토리아 풍물단, 피지 한인커뮤니티 풍물단 창단 및 전수에 앞장서며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복원 후에는 2007년 경기민속예술제 공로상을 시작으로 2008년 경기도 청소년종합예술제 최우수상, 2009년 경기도 청소년종합예술제 우수상, 2011년 전국두레풍물경연대회 금상, 2013년 전국임방울국악제 농악부문 준우수상, 2013년 원주시 전국풍물경연대회 종합대상 등을 석권하며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강 회장을 포함해 현재 서상능(42·북과 잡색), 장성오(43·북), 홍유희(33·장구), 서종훈(34·태평소), 이윤채(26·버꾸) 등 6명의 정식 단원이 활동 중이다.

 김대진 성남문화원장은 "오리뜰농악은 노동과 놀이가 결합한 두레농악으로, 주민 화합과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는 전통 대동놀이"라며 "이를 전국에서 가장 손꼽히는 농악단으로 발전시켜 성남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 독창성과 실용적 면을 살린 화려한 놀이가 특징

 오리뜰농악은 웃다리농악의 한 갈래로 두레농악의 전통을 잇는다. 군악대의 영향을 받아 사채가락이 경쾌하며 웅장한 행진곡 장단(박자)이 보통의 경기농악과는 다르다. 여기에 십(十)자진, 대(大)자진 등과 같은 독특한 진풀이, 원형(原形)의 농사놀이(농사짓기 소리), 육띠기, 삼잽이, 무동놀이 등의 특이한 놀이 형식이 특징이다.

 농사놀이(벼털기)는 단순 동작으로만 행위를 묘사하는 데 비해 오리뜰농악은 장구를 이용, 원형 탈곡기의 모습을 담아 사실적 표현이 뚜렷하다. 써레질과 논매기 놀이 등 농사놀이의 다양하고 풍부한 표현이 남아 있다.

 상모벙거지의 화려한 금속장식도 특징적이다. 연희 중 흘리는 땀으로 인해 손상되기 쉬운 상모벙거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지로 만든 것이 아닌, 벙거지 윗부분을 가로지르며 덧댄 금속장식과 꽃방울 장식이 기능성과 화려함을 모두 갖췄다.

▲ 지난해 2월 성남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행사에서 오리뜰농악 단원들이 농악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기본적인 피조리의 복식은 동일하나 머리에 흰 수건을 쓰는 다른 농악과는 달리 조바위를 쓰고 연희를 하는 것도 특징이다.

 정식 치배는 아니지만 다른 농악에 없는 제금이라는 잡색도 있다.

# 성남오리뜰농악, ‘한류’ 바람 타고 중국 넘어 세계로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농악의 세계화와 함께 성남 농악도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성남시와 자매도시인 중국 선양에서 ‘재선양 대한체육회장배 및 성남오리뜰농악 현덕 강승호기 농악경연대회’에 참가해 특별공연을 열었다. 당시는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마찰이 심하던 시기로 무산될 위기에 있었으나 성남지역 출신인 손성종 재선양 대한체육회 부회장이 중국 지방정부를 설득한 노력 끝에 성사됐다.

 경연대회는 요령성 6개 예술단이 참가해 한민족의 흥겨운 농악 한마당을 펼쳤다. 이에 오리뜰농악단원들은 우리 고유의 농악과 사물놀이 공연으로 답례하며 교민들의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단원들은 또 만융조선족학교를 찾아 우리 전통예술의 전수 및 보급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을 맺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우리 전통 농악과 사물놀이를 익히고 있는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한국 고유의 신명과 흥이 한류 바람을 타고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손성종 재선양 대한체육회 부회장은 "선양과 자매도시인 성남시와 문화예술 교류를 20년간 하고 있지만, 사드 문제로 당시처럼 어려웠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는 요령성 및 동북 3성까지 범위를 확대해 명실공히 중국에서 열리는 최고의 세계 농악대회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승호 보존회장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인 농악, 그것도 선양과 자매도시인 성남시의 무형문화유산인 오리뜰농악이 대륙 한복판에서 펼치는 경연의 장을 보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며 "특히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등 어려운 시기를 거친 한국 농악의 일부 흔적을 발견한 것도 성과였다"고 말했다.

 또 "이처럼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우리 전통예술의 무한한 에너지를 우리만의 농악이 아닌 세계인의 농악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앞장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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