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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6·13 지방선거 투표일이 목전이다.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하나. 사람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후보의 인간 됨됨이가 아닐까. 청나라 시대 정판교란 사람은 "관사에 누워 댓잎 소리 듣자니(衙齋臥聽蕭蕭竹) 고생스러운 백성의 신음소리 같구나(疑是民間疾苦聲) 볼품없는 이 사람 작은 고을 관리이지만(些小吾曹州縣吏) 가지 하나 잎 하나에도 마음이 쓰이네(一枝一葉總關情)"라고 읊어 공직자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를 지적하면서 백성들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마치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한 감상을 느끼게 했다. 이런 정도의 관리가 요즘 같은 세상에 있을지는 의문이고 반쪽이라도 닮았다면 다행일지 모른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판세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울면서 야당이 초반부터 네거티브에 목을 맨 듯하다 보니 정책 대결 실종, 야당의 존재감 상실, 유권자의 외면 등 ‘3무(無)’ 선거로 진행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방 분권의 핵심이 기초단체에 있고, 풀뿌리민주주의의 위기를 강조한다고 해서 유권자의 현명한 관심과 판단이 제대로 돌아올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마지막 기대할 수 있는 건 유권자의 깨어 있는 의식일 것이다. 두루두루 살펴봐야 할 점이 많겠으나 우선 누구를 찍을 것이냐 하는 점보다 어떤 후보를 반드시 낙선시켜야 하는지 가려내야 한다. 왜 그런가 하면 애당초 ‘깜냥’이 안 되는 인물에겐 그 무엇도 기대하기 어렵거니와 오히려 패악을 가져오는 경우가 어디 한두 번인가.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라 했다. 자질이 그릇돼 그 위에 어떤 가르침도 베풀 수 없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평소 말은 잘 했으나 행실이 따르지 못한 제자를 보고 "썩은 나무로 조각을 할 수 없고 분토로 쌓은 담벼락은 손질을 할 수 없다"고 꾸짖었던 성인의 얘기에서 나왔다.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려는 요량으로 공약(空約)이 되고 말 것이 번연한 데도 공약(公約)이라고 분칠하고, 사욕에서 비롯된 추태를 다한 끝에 공천을 받아 나선 함량미달 후보들이 되레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곳에 옥석구분이 쉽지 않겠으나 어쩔 것인가?

어떻게든 인물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무엇을 볼 것인가. 출신지를 보기고 하겠고, 학연을 따지기도 할 테고, 개인적인 이권이나 선호에 따라 변하기도 하겠지만 됨됨이가 아니라고 여겨지면 과감히 털어내야 하고, ○○○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졸개 같은 후보들을 가려내야 하는 것이다. 쭉정이를 골라내지 못 하면 결국 최종 피해자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유권자 자신이다. 민주주의 권력의 뿌리는 지방에 있다. 나무가 번성하려면 뿌리가 건강해야 하는 이치에 다름 아니다. 결과적으로 지방선거를 깔보는 후보나 유권자들이 있는 한 온전한 투표와 성실한 후보의 당선이 연목구어, 나무 사이에서 물고기를 찾는 어리석음이 될 뿐이다. 더구나 권력이 우쭐거리고, 정치가 혼탁해지는 이유가 유권자에게 절반 이상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지 못 하면 암담한 일이다.

이제 시간이 촉박하다. 두 눈 부릅뜨고 후보자와 소속 정당을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후보자의 성실성, 원칙 있는 경력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선택부터 하지 마라. 버릴 것을 골라내는 일이 급선무다. 줄투표(유권자가 어느 정당 소속 후보를 줄줄이 찍는 투표)하는 버릇이나 집권당에 쏠리는 성향부터 이번에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지방선거나 총선은 원래 정권 비판적 성격이 강하고, 그것이 정상이다. 북송(北宋)의 범중엄이 말했다. "천하의 근심을 먼저 걱정하고(先天下之憂而憂), 천하의 즐거움을 나중에 즐거워한다(後天下之樂而樂)."

천하의 근심과 즐거움을 따지는 것이 너무 거창해서 지방선거에 어울리지 않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고령화, 기후변화, 청년실업과 같이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지자체와 지방의회 역할이 기득권 세력의 배만 불리는 일이 되어왔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긴장된 대립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하나하나 제외하다 보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후보가 있게 된다. 어느 정도 흠결이 있다고 해도 그런 인물이 등장하는 계기로 이번 투표가 이뤄진다면 우리의 자존심이 조금은 살아날 것 같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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