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내수 부진을 수출로 버텨온 기업들에게 안 좋은 소식 일색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내년부터 세계 경제성장률이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양대 수출시장에선 무역 쓰나미(중국의 굴기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까지 몰려오고 있다. 금융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국내 채권형 펀드가 자금 순유출세로 돌아섰다. 만약 한국은행이 이런 유동성 위험을 막고자 기준금리를 동반 인상한다면 신용대출을 이용해온 서민층과 생계를 위해 주택담보 대출을 전용해온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바야흐로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준 ‘세계경제의 성장세 및 저금리 기조’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비경제적·비시장적 포퓰리즘 논리가 앞으로도 통용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한국경제가 ‘대기업 위주의 수출주도성장’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엔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며 고도 성장의 기적을 달성한 효자였지만, 어느덧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성장의 지속가능성마저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 됐다. 소득주도성장이 대안으로 떠오른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지난 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대표 외식 메뉴 8개 가운데 7개 가격이 1년 새 올랐고, 1개만 지난해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설적이게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발표되자 대부분의 식당이 메뉴 가격을 올리는 방법으로 대처했고, 이마저 불가능한 곳들은 그냥 종업원 수를 줄여버렸다. 이렇듯 소득주도성장도 국민의 실질 가처분소득 증대에 기여하질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하나. 경제침체는 기본적으로 투자의 위축에서 기인한다. 언제부터인가 기업은 국내투자를 회피하기 시작했고, 가계와 정부는 오히려 부채를 늘리는 현상이 지속돼왔다. 정반대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은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투자를, 가계와 정부는 부채를 줄여야만 경제가 안전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할 수가 있다. 즉 시장친화적인 동시에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경제정책이 문제를 풀어갈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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