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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국제펜클럽 인천지부 부회장
장미꽃이 만개한 계절이다. 주택가 담장에 피어 있는 장미가 탐스럽고 아름다워 가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잘 가꾼 장미꽃의 고혹적인 자태와 코끝을 간질이는 꽃향기가 기분 좋아 집 주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근래에 목격한 실화다. 한낮 밝은 햇살 아래 붉은 장미꽃이 만개한 주택의 담장에 감탄을 하며 걷고 있는데 앞서가던 고운 자태의 여인이 담장에 다가가 장미꽃 향기를 맡고 있었다. 저이도 감성 충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나쳐 가다가 뒤돌아봤다.

 그이가 천으로 만든 가방에서 가위를 꺼내 장미꽃 송이를 자르고 있었다. 순간 집 주인인가 싶었는데 급하게 서두르는 모습이며 주위를 재빠르게 살피는 눈빛이 수상했다. 예쁘기도 하고 향기마저 고혹적이라 탐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 같았다. 그냥 지나쳐 갈 것을, 뒤돌아보지 말 것을 기분이 언짢아졌다. 예전에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도 생각나 그 여인이 야속해졌다.

 화초 가꾸는 일이 취미인 지인의 뜰은 온갖 꽃들로 화사해서 담장 낮은 지인의 마당을 일부러 구경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열어 놓은 대문으로 들어와 잘 가꾼 정원을 감탄하며 칭찬하다가 지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정성으로 키운 꽃화분을 들고 간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급히 서둘러 대문 밖으로 나가는 손에 곱게 키운 화분이 언뜻 보여 쫓아가다가 오죽이나 탐이 났으면 들고 나갈까 싶어서 모른 척했다고 했다. 가져가서 잘 키워 내년에도 후후년에도 예쁜 꽃을 보는 그 사람의 마음이 화창했으면 그것으로 됐다고 위로를 했다 한다.

 오늘이 선거일이다. 화려한 입담으로 펼치는 후보자들의 공약도 지역구를 위해 애쓴 본인의 치적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경쟁 관계인 상대후보의 실책이나 치부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모습도 부지기로 보여줬다. 후보들 간의 비방을 들어보면 도덕적으로 멀쩡한 후보가 드물고 국민을 위해서 진실로 기량을 발휘해줄 민의를 대변할 후보가 있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비방이 사실이라면 일그러져 온전치 못한 정치가를 찍어준 유권자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된 것 같다. 모두 잘 한 정치인도 하는 족족 꽝인 정치인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소속 정당보다 나은 점 잘했던 점은 인정해 주고, 경쟁 후보자는 신선한 정책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줄 방법을 제시하는 유쾌한 선거전이 정치판에서 불가능한 일인가?

 서로 헐뜯고 비방하기에 과부하가 걸린 후보자들의 유세와 토론에 유권자는 피곤해진다. 정치는 도덕적으로 청명하면 할 수 없는 영역인지 권력의 언저리에 가 보지 못한 소시민의 눈으로는 가늠이 힘들고 유권자를 봤다 하면 바로 구십 도로 허리 굽힌 인사가 진심이기를 바라는 소심한 희망을 가져본다. 그래서 또 기대를 하며 후보자를 고르고 투표장을 찾는다.

 후보자는 자기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이나 주변인까지 철저한 관리로 성찰에 미적거려서는 안 되는 자리다. 불의와 타협해서도 이권에 개입해서도 유혹에 빠져서도 안 되는 높은 도덕성에다 진취적인 정책으로 유권자의 삶의 질을 높여줘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유권자를 위한 이타심에 진성성이 있고 안목과 추진력을 갖춘 엔진을 장착하고 임기 내내 외롭고 힘든 자리를 지켜가야 할 것 같다. 탐난다 하여 아무나 할 수 없고 능력만 내세워 무작정 그 자리에 앉아서도 안 될 것 같다. 건강한 정신으로 민의를 지켜주는 리더가 당선되기를 유권자는 바란다. 민낯도 맑고 뒷모습에도 그늘이 없는 후보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민의의 대표로 선출됐으면 한다.

 으레 정치인은 욕먹는 자리가 아니고 국민과 지역구를 위해서 임기동안 제대로 능력을 쏟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멋진 리더로 표본이 될 후보를 가늠하는 안목도 유권자가 가져야 할 권리이면서 의무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애정과 땀으로 탐스러러운 장미꽃을 피워내는 리더가 절실한 선거전이다.

 화려한 언변보다 내면이 진실한 리더를 그리며 포장하지 않아도 뒷모습이 아름다운 당선인이 우리 지역구에, 우리 시에, 우리나라에 많아질 것이란 희망으로 선거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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