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몰카) 범죄에 쓰이는 범행도구가 날로 첨단화되면서 여성들이 성범죄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초소형 카메라나 위장 카메라 등의 영상 촬영기기나 휴대전화 등의 장비를 동원한 몰카 영상으로 피해를 입는 여성은 노출된 신체가 찍힌 영상이 기하급수적으로 퍼진 이후에야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한 번이라도 유출 피해를 당하게 되면 사후대처를 하는 데도 상당한 노력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이중 삼중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 사이버 성폭력 영상 및 사진을 소비·공유·유포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에서 적발한 몰카 건수는 최근 3년간 3천여 건이 넘게 적발되고 있다. 하지만 사법기관의 처벌에도 불구, 갈수록 고도화되는 범행장비로 인해 빈번히 피해가 발생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건 찍히는 사실 자체는 물론 누가 해당 영상을 보고 어떻게 공유되는지 파악하기조차 힘들다는 사실이다.

몰카범죄는 영상 등에 노출된 피해 여성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주는 폭행이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어려움을 겪게 하는 인격살인이다. 온라인상 몰카 피해자들은 강간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와 비슷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몰카를 비롯해 각종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대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몰카를 단순 영상물로 생각하는 왜곡된 인식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몰카범죄를 정신적 문제가 내재한 성중독과 연관이 깊다고 분석한다. 즉, 몰카 촬영은 일시적 실수가 아니며 검거 후 적절한 치료가 뒤따르지 않으면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몰카 영상물은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 영상이며, 이를 감상하는 것은 범죄에 동조하는 행위이다. 아직도 몰카범죄 관련 법규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며 피해 여성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도 불분명하다. 따라서 갈수록 교묘해지고 흉포해지는 몰카범죄를 근절하려면 시대에 뒤처진 관련법을 시급히 개정하고, 단속 강화는 물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법이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여성들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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