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도전 역사를 돌이켜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안방에서 ‘4강 진출 신화’를 썼던 2002년 대회부터 유독 첫 판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국이 1954년 스위스 대회, 3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998년 프랑스 대회까지 5차례 월드컵 1차전에서 거둔 성적은 1무4패로 초라했다. 하지만 안방에서 ‘4강 진출 신화’를 창조했던 2002년 대회(한일 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4차례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3승1무,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한국의 2002년 한일 월드컵 1차전 상대는 폴란드였다. 황선홍과 유상철의 연속골을 앞세워 2-0 승리로 첫 단추를 잘 끼우면서 준결승까지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2006년 독일 월드컵 1차전 상대는 토고였다. 토고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천수의 프리킥 동점골, 안정환의 역전골로 2-1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2010년 그리스와 맞붙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차전에서는 2-0 승리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이정수와 박지성의 연속골에 힘입은 한국은 1승1무1패로 16강행 티켓을 얻었다.

한국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 러시아와는 1-1로 비겼다. 이근호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23분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동점골을 내주면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2·3차전 모두 패해 탈락했다.

종합적으로 따져 보면 조별리그 상대 중 비교적 약한 팀과 첫 판에서 만난 대진운이 따라주긴 했지만, 대표팀 전력을 1차전에 집중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번에 한국이 속한 F조는 ‘죽음의 조’에 가깝지만 대진 순서는 최상에 가깝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노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과는 최종 3차전에서 만난다. 껄끄러운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와는 2차전에서 대결하게 됐다. 그나마 세 팀 중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되는 스웨덴이 첫 상대가 된 건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

신태용 감독은 모든 역량을 스웨덴전에 맞춰 반드시 승리를 따낸다는 각오를 밝혔다. 11일 세네갈과 평가전을 관중과 미디어 출입도 허용하지 않는 비공개로 진행하면서까지 ‘비장의 무기’를 숨긴 것도 스웨덴만큼은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한국은 FIFA 랭킹 57위로 스웨덴(24위)보다 33계단 낮다. 역대 A매치 상대 전적도 스웨덴과 네 번 싸워 2무2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한국은 모든 조건에서 밀린다. 하지만 ‘월드컵 첫 판 무패’의 전통을 이어가며 통쾌한 반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주목된다.

한국과 스웨덴 경기의 또 다른 관심사는 손흥민(26·토트넘)과 마르쿠스 베리(32·알아인)의 맞대결 승자가 누구인지에 있다. 두 선수는 2011-20112시즌부터 2시즌 동안 독일 분데리스가 함부르크 1군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한때 같은 곳을 바라봤던 두 선수는 월드컵 무대에서 각국 주전 공격수로 만난다.

두 선수가 양국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 에이스로서 스웨덴과 첫 경기에서도 투톱의 한 축으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베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스웨덴 대표팀의 공격력 저하로 적잖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월드컵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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