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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6·13 지방선거의 열풍이 드디어 끝났다. 수많은 출마자들의 치열한 격전이 끝났지만 그 뒷얘기들은 아직도 그칠 줄 모른다. 확인되지 않는 유언비어도 난무한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선거 운동기간 중에 거침없이 내던진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을 이젠 조용히 거두고 모두가 선거 이후를 걱정해야 할 때이다.

 영광스러운 당선증을 받아 든 시장이나 교육감, 그리고 구청장과 각 의원들에게는 기쁨보다 큰 짐이 지워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민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법과 원칙에 벗어나는 잘못된 행동으로 몰락한 선량들을 수없이 많이 보아 왔기에 하는 말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소위 ‘진보진영’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됐다. 서울과 인천, 그리고 경기도 등 수도권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여러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소위 ‘보수진영’에서는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여러 명이 출마해 낙선했던 2014년 선거가 재현된 양상이다.

 정치 집단인 정당들의 공천 과정과 닮은 행태를 보이던 단일화 과정도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선거 과정 중에도 교육의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라는 것을 잊은 듯 추한 이전투구(泥田鬪狗)모습에 솔직히 선거 이후를 걱정한 것이 사실이다.

 앞서 한 칼럼에서도 밝힌 바 있었지만 특정 색깔을 띠는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시민들의 선택권을 처음부터 제한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선거 전부터 교육보다는 소위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에 빠져 엉뚱하게 진행될 우려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가 애초부터 정당 공천을 배제한 이유이기도 한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교육감 당선인에게 진정으로 당부하고자 한다. 진보 진영 단일 후보라는 타이틀을 갖고 출마해 당선됐다고 하지만 이제부터는 진보 진영의 교육감이 아니라 모두의 교육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자신을 지지해 준 단체에 빚을 졌다는 생각을 버리고 소신 있는 교육 행정을 펼치기 바란다. 또한 한 쪽으로만 치우친 교육행정은 다른 성향의 교원들이나 시민들과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없고, 학교가 좋은 교육을 위한 장소가 아닌 엉뚱한 이념의 장으로 변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불현듯 ‘맥질’이란 말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에 자주 듣던 말이지만 이젠 좀처럼 들어보기 어려운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벽의 표면에 잿빛의 보드라운 흙을 바르는 일’로 흙벽의 갈라진 틈을 메우고 흙벽을 보기 좋게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도시 대부분의 주택들은 시멘트나 다양한 단열재를 마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지만 예전 농어촌의 집들은 사정이 달랐다. 대개가 흙벽돌로 쌓아 지은 토담집이나 기둥을 세우고 벽체를 만들어 지은 집들이어서 성기거나 거칠 수밖에 없는 벽체를 매끈하게 마감할 때 필수적인 것이 바로 ‘흙맥질’이었다.

 그러다 보니 흙으로 만든 집들은 비가 많이 와서 습기가 많고 눅눅한 여름철을 지내고 나면 벽체의 여러 곳이 떨어지거나 갈라져서 동절기가 오기 전에 또 한번 ‘맥질’이라고 하는 특별한 보수가 필요하곤 했다. 이러한 정교한 ‘흙맥질’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우리 조상들이 늘 해 오던 현명한 노력이었다.

 이제 우리 교육 현장에도 ‘맥질’이 필요한 때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더욱 벌어졌을지도 모를 갈등과 혼란의 벽을 화해와 통합의 맥질로 다듬어야 한다. 또한 그동안 만들어 놓은 교육이라는 집에 부실한 곳은 없는지, 잘못돼 있는 부분은 없는지, 갈라지거나 떨어져 나간 곳은 없는지 잘 살피고 원인을 찾아 정교한 ‘맥질’로 앞날을 대비해 나가야 한다. 교육을 새롭게 하기 위한 이 위대한 ‘맥질’ 작업에 교육감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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