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목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jpg
▲ 홍순목 PEN리더십 연구소 소장
제일 야당 자유한국당의 참패.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국정농단의 주역을 국민들이 심판한 것이라고 했다. 친여 입장의 정의당도 자당의 선거결과를 분석하기보다는 자유한국당이 국민들로부터 심판 받은 것에 만족한다는 논평을 냈다. 친여 성향과 친야 성향이 혼합된 바른미래당은 대안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는데 실패한 결과 당장에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다.

 참패의 당사자 자유한국당 입장은 뭘까? 홍준표 대표는 사의를 표명했고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회초리를 든 국민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라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한다. 그동안 손쉽게 선거를 치르겠다는 유혹에 따라 습관적으로 써왔던 방법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을 넘나들고 있는 이때에 구시대의 유물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으로 일관한 것이 참패의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첫째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지역감정을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홍준표 대표는 여론조사를 못 믿겠다고 하면서도 호남에서의 더불어민주당 지지가 90%에 육박하는데 영남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일갈하면서 지역감정에 불을 붙이려는 시도를 했다. 이는 대구와 경북 그리고 부산, 울산, 경남만은 지키겠다고 하는 전략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는 지역감정을 일으키고자 하는 워딩에 식상해 할 뿐만 아니라 영남권 이외의 유권자들로부터 강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전국 정당이 아닌 지역정당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 없다.

 둘째 자유한국당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의 현실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과 지도자들이 그동안 보여 온 행태를 볼 때 전적으로 그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 하지만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에 찬물을 끼얹는 식의 발언은 책임 있는 제일 야당의 모습이라기보다 어깃장을 놓고자 하는 치기 어린 모습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남북 화해와 통일로 감에 있어서 여야와 정파가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공당의 지도자 입에서 더 이상 빨갱이니 뭐니 하는 발언은 국민을 불편하게 할 뿐이다.

 셋째 자유한국당은 이순신 장군이 말했던 바 열 두 척의 배마저 버려야 한다. 만일 이 상황에서 대구, 경북에서의 체면치레에 만족하면서 재기를 모색하고자 한다면 자유한국당은 국민들로부터 더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지난 총선을 전후해 호남이 더불어민주당에게 등을 돌린 상황이 더불어민주당에게 혁신의 기회를 주었고 이를 통해 전국정당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다 내려놓고 다 버리고 오로지 혁신을 위해 광야로 나아가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당원인 나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내 아이들에게 선거 과정에서 제기되는 각종 이슈와 논란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러한 시도는 필자의 욕심에 그쳤고 아이들이 부모의 입장에 따라주기를 바라는 나의 의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오히려 아이들의 반발을 샀고 논쟁을 벌이다가 마음을 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 품 안의 아이들이 이러할진대 다른 청년들은 더 말할 것이 없지 않겠는가?

 자유한국당의 참패가 뉴스가 된 날 이른 아침에 고등학생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데 제일로 아빠의 의견에 반대했던 딸아이가 내리면서 "아빠 힘내세요"라고 한마디 한다.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기보다는 아전인수 격으로 국민이 우리 편에 있다고 소리칠 때 국민은 멀어진다. 오히려 말없이 회초리를 맞을 때 국민들의 마음은 한 발짝 다가온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빠 힘내세요"라는 말에서 나는 희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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