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우리나라 최초 영세자 이승훈(1756~1801) 선생 묘역 주변을 공원으로 지정하자, 땅 주인 일부가 불만을 보이고 있다. 사유지 보상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17일 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남동구 장수동 산 135 일원 4만5천831㎡ 터를 도시관리계획상 역사공원으로 결정했다. 최근 일부 땅 주인은 시청을 찾아 주민 의견 청취 없이 공원으로 지정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승훈 선생 역사공원 터는 국유지 50.4%, 공유지 1.9%, 천주교 3.1%, 사유지 44.5%다. 사유지 중 절반 가량은 천주교 인천교구 신부 명의로 돼 있다. 시는 인천교구로부터 천주교 부지와 신부 명의 땅을 기부채납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신부 명의를 뺀 사유지 절반 가량은 12명이 소유하고 있다.

일부 소유주들은 현재 땅을 농사에 사용하고 있다. 시는 사유지 보상금으로 약 46억 원을 책정했다.

애초 시와 인천교구는 장수동 산 132-13 인근 터에 사업비 98억 원을 들여 ‘이승훈 역사기념관’만 짓기로 했었다.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법상 건축행위가 엄격히 제한되는 곳으로, 문화재 관리용 건축물이 아닌 기념관 건립은 허가 대상이 아니었다.

시는 여러 방편을 검토했지만 공원으로 조성해 일부를 기념관으로 짓는 방법을 택했다. 이 때문에 사업부지를 확대했고 예산도 125억 원으로 늘렸다. 기념관은 공원 안 역사문화체험관(1천363㎡ 규모)으로 변경됐다.

인천교구는 45억 원을 내 체험관을 만들어 기부채납하기로 시와 약속했다. 이렇다 보니, 담당 부서도 문화재과에서 공원녹지과로 바뀌었다. 공원녹지과는 하반기 추경 때 약 400억 원 예산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 중 80억 원 정도가 ‘이승훈 공원’ 예산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공원녹지과 올해 본예산은 136억 원이다. 장기미집행 공원(7.23㎢) 일몰제로 2조5천285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에서 신규 공원 지정도 이례적인 일이다.

시 관계자는 "일부 토지주가 공원 지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도시관리계획 결정 전 공람기간을 거쳤고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열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