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는 신체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노약자에게 폭행, 금품 갈취, 폭언·협박 등 다양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행해지는 (가해자의 ¾이 가족인) 반인륜적인 범죄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개인이나 가정사가 아닌 사회적 문제에서 접근해야 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 부양 기능이 저하되고, 가치관과 가족사회의 구조가 급속하게 변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적·공적 복지시설의 대처가 따라가지 못하며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노인보호기관에 들어온 노인학대 신고는 총 1만3천309건이며, 이 중에서 학대로 판정된 경우가 4천622건(34.7%)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의 노인 실태조사에서 ‘노인의 9.8%가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변하고, ‘노인인구가 700만 명’임을 고려하면 약 69만 명의 노인들은 자신이 학대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23만8천여 건(34.7%)은 실제로 학대가 발생했을 것이라 추정된다.

 즉 가족이라는 개념이 갖는 폐쇄성과 피해자 본인이 (가해자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 관계적 특수성이 결합하며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실로 크고 심각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노인학대인 것이다.

 지난 14일 경찰청은 ‘노인학대 예방의날’인 이달 15일부터 30일까지 노인학대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학대예방경찰관’을 통해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교육하고, 지역사회 전문가들과 함께 피해회복 및 재발방지책 마련에도 나선다고 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노인에게 신체적·정신적·재정적 손상을 가하는 류의 적극적인 범죄행위는 발본색원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

 하지만 소극적인 학대가 더 광범위하고 고질적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예컨대 부양 책임자가 필요한 생활비나 병원치료비를 제공하지 않는 방임(neglect), 노인을 버리거나 혹은 시설 및 병원에 입소시키고 연락을 두절하는 유기(abandonment)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부분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관심이 절실하다. 노인장기요양법에 의해 지원받는 노인뿐만 아니라 일반 노인을 부양하는 가정까지 ‘부양부담 감소를 위한 서비스’를 확대해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복지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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