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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그렇게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한국지엠 사태가 마무리된 지 엊그제인데 이미 먼 얘기가 돼 버렸다. 선거 때문에 그리고 북미회담 나팔소리에 그만 묻혀버리고 만 것이다. 인천 역시 별로 다르지 않다. 어떤 인천시장 후보도 공약 중에 한국지엠 사태 이후 인천의 자동차산업에 대해 언급조차도 없었다. 듣기 좋은 복지 정책이나 전철 지하화하는 공약에 치중한 나머지 실상 중요한 인천의 미래에 대한 의지도 비전도 보여주는 후보는 불행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국지엠과의 협상의 현실을 알면 더 답답해진다. 한국지엠이 철수를 않는 조건으로 산은이 세금으로 8천억을 투자한 반면 GM은 약 7조 정도 투입을 결정했다. 이 중 약 3조가량은 이미 한국지엠이 본사로부터 빌린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되자 투자형태로 돌린 것이고 나머지 새로운 투입 금액도 대부분 투자라기보다는 대출 형태이다. 따라서 GM은 기업 상황이 어려워지면 최소한 이자는 챙길 수 있는 반면 산은의 투자금은 그냥 휴지가 되고 만다. 이럴진대 회생을 위해선 정말 뼈를 깎는 경영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을 통한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엠으로부터 들리는 소식을 보면 아직 요원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급속하게 변하고 있고 이러한 소용돌이 안에 우리 인천이 있다. 인천은 한국지엠을 포함한 현대, 기아 등 자동차 제조업에 대한 자동차 부품산업이 지역 제조업의 15%를 차지하고 있고 또한 연관 산업까지 고려하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자동차 제조 및 부품산업이 이미 점차 경쟁력을 잃어 간다는 데 있다. 특히 중국산 자동차가 가격 경쟁력을 들고 벌써 국내에 진출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2015년에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목표로 자국 자동차 산업을 재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추세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유럽을 위시해 미국의 선진 자동차 회사들도 기존의 내연기관을 포기하고 전기자동차 등으로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연 기관 위주의 지역 자동차 기업이나 부품 산업의 시장은 점차 위축되게 된다.

 물론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하루아침에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길면 앞으로 약 20년 이상은 지속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사라져 가는 내연 자동차 수요에 살아 남기 위해 기존 자동차 기업들이 엄청난 경쟁을 해야 할 것은 뻔한 이치이다. 당연히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파격적으로 가격을 낮추든 아니면 기술혁신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꺼져가는 인천 자동차 산업이 살아 남을 수 있는 방안은 아마도 두 가지로 축약이 된다. 먼저 경쟁력 있는 부품산업이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이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자동차산업의 발전 추세에 맞게 산업 자체를 전기자동차나 첨단 자동차 산업으로 재편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인천에도 자동차 부품산업 육성 정책들이 그간 어느 정도 실행되고 있었으나 이번 한국지엠사태에서 보듯이 기업 하나에 지역경제가 휘청거린다면 분명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즉 기존의 지원 정도로는 힘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는 한국지엠이나 자동차 부품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먼저 체계적인 발전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들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적 과제를 우선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부각되고 있는 전기 자동차 산업의 육성을 위한 첨단 자동차 산업 단지를 조성해 전기자동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산업구조 조정에 대한 계획과 실행을 준비해야 한다. 전기자동차는 단순히 배터리와 모터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자동차 관련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해 전기자동차의 하드웨어와 통합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자동차 산업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 이외에도 많은 실업을 피할 수는 없다. 원래 미래 첨단 산업이 지향하는 것은 자동화해 사람을 줄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는 자동차 산업 발전과 함께 다른 산업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침 대안으로 영종에 건설되고 있는 복합리조트를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이 될 수 있다. 어차피 2021년까지 세 곳의 국제적 복합리조트가 오픈하게 되면 약 3만 명의 지역민 고용과 함께 엄청난 연관산업의 파급효과를 기할 수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관광 관련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 복합리조트 기업과 상생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앞으로 시는 보다 유연하게 산업 변화에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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