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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의 국익안보 손익계산서

장순휘 청운대교수/문화안보연구원 이사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6월 20일 수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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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청운대교수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소문난 잔치가 끝났다. 막상 만나서 발표한 합의문을 살펴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든가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격"이라는 우리 옛말이 생각날 정도로 아주 미묘한 결과를 생산하고 종료됐다. 이 회담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통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의했고, 이를 전격 수락해 열린 미수교 상태에서의 첫 정상회담으로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세기의 담판으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전세계가 큰 관심을 갖고 주목해왔던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뜻밖에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들어가 있지 않았고, 그냥 형식적인 합의에 그쳤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합의문은 전과 비교해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고, 기대치 이하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합의한 공동합의문의 핵심내용은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미수교를 맺는다는 것과 북한이 판문점선언대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에서는 ‘CVID’ 즉, 완전하며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계속 강조해왔는데, 정상회담에서는 ‘VI’가 빠진 상태로 ‘CD’로 즉, 완전한 비핵화로 재확인됐다.

 그동안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가시적인 행동과 CVID를 강력하게 주장해왔지만,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미국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일부가 미국으로 이전되고, 북한의 ICBM(장거리탄도미사일)도 미국으로 이전되도록 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해왔고, 또한 북한 비핵화의 시기가 합의문에 명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 역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동안 완전한 CVID를 주장하고, 군사작전까지 언급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이유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엄청난 양보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남북 간 ‘4·27 판문점선언’보다도 알맹이가 없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빅딜을 하겠다던 트럼프의 장삿속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우려와 그 장마당을 주선한 대한민국은 도대체 무슨 실속을 챙겼는지 보따리를 풀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의 입장에서는 기대 이상의 잇속을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은이 미국으로부터 북한의 체제인정을 문서로 받아냈다는 것은 정권의 안전보장과 미국과의 적대관계 청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주민에게 보란 듯이 미국과 대등한 국가차원의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은 정권 차원의 정통성을 담보받은 것으로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도 이루지 못한 업적과 실리를 챙긴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계 9번째 핵보유국가임을 세계사회에 공인받은 것으로 상상을 넘는 이익을 얻은 것이다.

 미국의 입장은 북핵과 장거리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본토의 안전을 확보했다는 점과 북한과 비정상적인 적대관계에서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한 점, 그리고 전쟁포로 유골 송환과 전쟁포로 및 실종자 유해를 수습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정치회담을 한 것이 아니라 외교회담과 휴전회담의 속편을 한 것으로 실속이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 합의문의 이행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파생되는 것으로 북한의 개혁과 개방이다. 북한이 대문의 빗장만 열면 거대한 자유와 경제의 바람이 들어간다는 관점에서 고도의 정치 전략적인 함의가 있다는 의견이 있으나 북한의 억압감시체제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역대 어느 대통령도 못한 북핵 해결의 모멘텀과 미북 관계개선을 정상화했다는 자평을 하지만 향후 이행과정으로 검증될 것이기에 속단은 금물이며, 결과적으로 제대로 장사 잇속을 챙긴 것이 아니다. 한미연합훈련에 돈타령하는 트럼프에 한국민은 많은 실망을 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동분서주 좌판을 들고 장마당을 뛰어다녔는데 얼마나 잇속을 챙겼느냐는 것이다. 우선 북핵문제 해결 역할자로서 존재감을 얻었으나 실리와는 거리가 없지 않다. 특히 판문점선언으로 남북한 평화무드조성은 성공적이나 북한으로부터 안보차원에서는 챙긴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우려된다. 오히려 미국이 북한을 국가차원의 체제안정을 제공하기로 문서화하도록 주선해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평화통일’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방기하게 된 점은 심각한 손실로 사료된다.

 제2항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합의 조항에서는 종전선언과 휴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이 추진될 것이고, 유엔사의 자동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안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이미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일방적으로 언급해 남북고위급 군사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중단 압박을 받았고, 국방부가 조만간 중단하겠다는 의도를 보였으니 안보적 손실이 크다. 이런 손해는 이제부터 국민의 세금으로 부과될 것이 아닌가.

 우리는 북미정상회담 합의 과정에서 적어도 제5항을 추가해 남한에 대한 북한의 도발포기와 남북한 군비축소를 사실화해 북한군의 군사위협을 제거하는 정도는 챙겼어야 했다. 중국과 일본 및 러시아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다’는 관점에서 남북한과 미국의 소문난 잔치를 봤을 것이다. 정작 이해 당사국인 우리는 국익안보 차원에서 이익보다 손실이 컸다는 평가를 조심스럽게 한다. 향후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선언 이행 과정에서 국익안보의 실속을 챙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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