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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과 스웨덴 경기가 열린 지난 18일 거리응원전 행사에서 시민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마음 편히 월드컵을 즐기고 싶은데 기말고사 때문에…."

19일 오후 2시께 수원시 영통구 한 대학교 도서관. 300석 이상 규모의 도서관 열람실은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학생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전날 열린 우리나라 축구대표팀과 스웨덴 대표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0-1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낳아 대표팀을 향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도서관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학생들은 대표팀 첫 경기가 치러지는 날에 시작한 기말고사 준비를 위해 도서관 자리를 맡아 놓고 시험 공부하느라 바빴다.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5)씨는 "평소 프리미어리그를 빼놓지 않고 챙겨 볼 정도로 해외 축구를 좋아하는데 기말고사가 겹쳐 시험을 준비하느라 월드컵 중계를 못 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개막 닷새째를 맞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일정과 기말고사 기간이 겹치면서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내 대학교에 따르면 도내 대학마다 이달 초순부터 말까지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다. 아주대는 18~22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는 15~21일, 단국대는 8~20일이다.

월드컵과 기말고사 일정이 겹친 대학생들은 시험 일정이 끝나면 월드컵 중계를 보겠다는 계획이라도 세우고 있어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 수원·안양·용인·화성·안산 등 도내 주요 대학교 주변 번화가들도 ‘대형 텔레비전 설치, 월드컵 시청 가능’ 등 월드컵을 시청하려는 대학생들을 끌기 위한 광고전단지를 곳곳에 붙여놓고 홍보에 나선 상태다.

반면 올 여름방학 코스모스 졸업예정자 및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들은 토익·자격증 취득·인턴직 지원 등 막바지 스펙 쌓기에 투자할 시간도 모자라 월드컵 시청을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수원지역 한 대학교 4학년인 박모(28)씨는 "우리나라 대표팀이 유럽 및 남미 강호팀과 ‘죽음의 조’에 편성되면서 질 것으로 예상돼 월드컵 중계를 포기하고 취업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지역 한 대학교 강사는 "청년실업자 수가 해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대학생들이 과거보다 취업과 관련한 시험과 스펙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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