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 모인 중증장애인들이 지난 17일 세상을 떠난 권오진 씨를 추모하고 있다. 권 씨는 탈시설 중증장애인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19일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 모인 중증장애인들이 지난 17일 세상을 떠난 권오진 씨를 추모하고 있다. 권 씨는 탈시설 중증장애인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19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추모의집에는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지난 17일 오후 3시께 세상을 떠난 권오진(46)씨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권 씨는 사고로 경추 손상을 입은 척수장애인이다. 장애인거주시설의 반인권적 관리에 부당함을 느끼고 퇴소한 탈시설 중증장애인이기도 하다. 그는 2011년 인천시 계양구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체험홈에 입주하면서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녹록지 않았던 자립생활 기간 중에도 권 씨에게 힘이 됐던 것은 인천시가 시범운영하던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사업이었다.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권 씨에게 안정감을 줬다.

하지만 시는 2015년 9월 정부의 ‘지자체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에 따라 이 사업을 폐지했다. 정부가 진행하는 야간순회서비스 등과 취지가 중복된다는 이유였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 등 장애인들이 반발했으나 시는 보건복지부와 협의 끝에 2016년 2월 사업을 중단했다.

사업이 중단되면서 권 씨는 매일 9시간가량을 혼자 지내며 욕창이 심해지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 매일 오전 3회(2시 30분, 4시 30분, 6시 30분) 방문이 이뤄지는 야간순회서비스는 오히려 권 씨의 휴식을 방해했다. 권 씨 등 지역 중증장애인들이 24시간 서비스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해 말 정부 지침이 변경되면서 시가 해당 사업 재개를 검토하는 등 상황이 바뀌고는 있다. 그러나 예상 지원 인원이 3~10명으로 턱없이 적은 데다, 구체적인 전수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해당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지역 내 최중증장애인의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미 전수조사를 마친 서울시의 경우 지원 대상 장애인이 400여 명에 달하는 것에 비춰 인천에도 이 서비스가 필요한 최중증장애인이 100여 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장차연 관계자는 "되도록 올해 하반기 추경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해 달라고 시에 요청했다"며 "시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예산이 책정돼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점차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관계자는 "정부 기조가 바뀌면서 사업을 재조정 안건으로 올려 최근 시행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회신을 받았다"며 "세부 계획과 재원 확보 등을 검토 중이고, 전수조사는 지원 대상에 대한 조건을 구체화한 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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