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공자가 조카 공멸을 만나 물었다. "네가 벼슬한 뒤로 얻은 것은 무엇이냐?" 공멸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대답한다.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나랏일이 많아 공부할 새가 없어 학문이 후퇴했으며 둘째, 받는 녹이 너무 적어서 부모님을 제대로 봉양하지 못했습니다. 셋째, 공무에 쫓기다 보니 벗들과의 관계가 멀어졌습니다."

 공자는 이번엔 공멸과 같은 벼슬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제자 복자천을 만나 같은 질문을 했다. 복자천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저는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 글로만 읽었던 것을 이제 실천하게 돼 학문이 더욱 밝게 됐고, 둘째, 받는 녹을 아껴 부모님과 친척을 도왔기에 더욱 친근해졌습니다. 셋째, 공무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우정을 나누니 벗들과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공멸과 복자천, 그들은 같은 일을 하고 있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똑같은 수입을 가지고도 한 사람은 세 가지를 잃었다고 푸념을 하고 한 사람은 오히려 세 가지를 얻었다고 감사한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졸전이었다. 골키퍼의 놀라운 감각과 감독의 무전략, 그리고 선수들의 무기력만 돋보인 경기였다. 앞서 치른 몇 번의 평가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히딩크의 팀도 그러했으니. 하지만 유효슈팅을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의 참담한 성적이라니. 지난 대회 우승국이자 같은 조에 속한 독일과 조 순위와 승점, 골 득실도 같은데 그게 어디야? 하며 애써 위안해야 하나? 신 감독이 감춰뒀다는 비장의 카드는 멕시코전에 대비해 아직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어야 하나? 설마 다음 월드컵에 대비해 숨기지는 않았겠지.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는 뜻이다. 만족스러운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고도 아쉽게 패했을 때, 일종의 정신 승리를 강조하는데 사용된다. 세계 1위 팀과 세계 1위 팀을 이긴 팀이 남았다. 4년 전 브라질 대회에서 그리스, 우루과이, 알제리가 1차전을 패하고도 16강에 올랐다. 복자천과 같은 마음먹기로 토요일 밤의 열기가 불을 뿜을 수 있게 해 달라. 답답함의 장탄식 대신 ‘졌잘싸’를 외치게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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