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적 비위 행위가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되고 사건 처리와 피해 구제 절차가 강화되고 있지만 공직사회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사건은 여전히 감춰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기초지방자치단체 성희롱·성폭력 실태 등에 대한 온라인 조사’ 결과 인천지역 기초단체 공무원 중 11.7%, 경기도 12.1%가 최근 3년간 직접적으로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해가 있다고 응답한 공무원 중 사건 발생 이후 74.5%가 그냥 참고 넘어가고, 불과 3.9%만이 직장 내 공식 기구를 통해 신고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민간에 비해 성희롱 사건 처리 제도가 잘 마련돼 있음에도 신고를 못하는 이유는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잘못된 편견이 심한 데다, 설사 신고를 하더라도 징계수위가 턱없이 낮은 탓이다.

최근 성적 비위 행위를 자발적으로 고발하는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지만 대외적 위상을 중요시하는 공직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와 고충 처리 지연이나 회피에 대한 우려, 2차 가해 발생 등은 피해가 감춰지는 주요 원인이 아닌가 싶다.

 사실 공무원들이 공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장 큰 요소는 직업의 안정성, 신분보장 등인데 성희롱 문제가 이러한 요인들을 위협한다면 사건 자체가 감춰지거나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기가 쉽다. 권위주의적인 관료주의 아래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에 의한 성희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수직적인 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피해를 신고한 사람을 ‘트러블 메이커’로 인식하는 분위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지목되면 돌아올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들기 마련이다. 성희롱·성폭력을 쉬쉬하는 조직문화 속에서는 공식적인 피해지원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더욱이 평생직장·가족같은 분위기는 신고를 막는 최대 걸림돌이다.

 따라서 위계질서가 강한 공직사회 특유의 조직문화 속에서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기관장의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 이에 더해 직장내 성희롱 예방 교육의 다양화, 피해자 보호·2차 가해 및 은폐 행위 등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 등이 마련돼야 은폐를 좀 더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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