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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 예고된 미래

김진형 동국대 강사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6월 22일 금요일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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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소설, 뮤지컬, 영화로 각색돼 대중과 만났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맥베스’는 2015년 작품으로 최신 영화 버전이라 하겠다.

 사실 이 원작은 오손 웰즈, 구로사와 아키라, 로만 폴란스키 등 거장 감독의 손에서 이미 수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영상으로 재탄생된 배경에는 원작이 주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다채로운 감정의 층위를 폭넓게 다룬 부분, 권력과 욕망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 동안 무수한 예술가와 대중을 매혹하고 있다.

 충성심으로 가득한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는 반란군을 진압하고 숱한 전투를 승리로 이끈 명장이었다. 그런 그가 동료 뱅코우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안고 귀국하던 중 마녀 무리를 만나 뜻밖의 예언을 듣게 된다. 이들은 맥베스에게 왕이 될 것이란 말과 함께 뱅코우에게는 자손들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남긴다. 이 말을 들은 후 맥베스의 마음은 심하게 요동친다. 왕이 되고자 하는 야욕이 없었던 그에게 마녀의 예언은 헛된 욕망의 불씨를 지폈고, 이는 아내 레이디 맥베스를 통해 더욱 가속화된다.

 충절과 정의, 야망과 탐욕 사이에서 고뇌하던 맥베스는 결국 왕을 시해하고 스스로 왕좌에 오른다. 그러나 진정한 비극은 이제야 본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권력의 최상위에 오른 맥베스는 자신이 들었던 또 다른 예언에 두려워한다. 바로 친구 뱅코우의 자손들이 왕이 된다는 말 때문이었다. 이에 맥베스는 광기에 휩싸여 폭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핏빛 공포로 세상을 물들인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이 살해한 자들의 환영을 보며 죄책감과 불안, 양심의 가책에 휩싸인 맥베스는 스스로 파멸을 향해 나아간다.

 저스틴 커젤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영화 ‘맥베스’는 원작의 분위기와 대사를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제작됐다. 영화의 배경은 스코틀랜드의 황량한 겨울을 무대로 서늘하게 펼쳐지며, 대사 또한 원작의 느낌을 살려 연극적인 운문체로 진행됐다. 때문에 이 작품은 영화적 매력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연극적인 특징 또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2015년 버전 맥베스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주인공의 심리적 표현과 캐릭터의 입체성에 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이 권력의 야망에 대한 죄와 벌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면 영화는 맥베스 부부의 인간적인 고뇌와 다층적인 심리 표현에 깊이를 더해 왕위를 향한 탐욕뿐만 아니라 고뇌와 갈등, 우정, 충성, 슬픔, 좌절, 사랑, 결핍 등 폭넓은 감정을 다채롭게 담아내 인간이 가진 양면성을 풍부하게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말을 힘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작품에서 비극의 시작점으로 지목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마녀의 예언이다. 만약 맥베스가 미래에 대한 예언을 듣지 않았더라도 그 모든 비극은 여전히 발생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유혹에 흔들릴 만한 욕망의 씨앗이 가슴속에 있었기 때문에 말 한마디가 나비효과와 같은 폭풍으로 휘몰아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과는 거리가 먼 한마디 말에 사로잡혀 파멸할 것을 알면서도 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은 예언으로 상징되는 운명의 굴레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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