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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영화 터미네이터가 처음 나왔을 때가 1984년이다. 이때는 정말 공상과학영화로 생각되면서 이런 미래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우려 섞어서 이야기 주제로 삼았다. 도입부 배경은 2029년 인간이 기계의 지배를 받으면서 인간은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고 비참한 생활을 한다. 터미네이터는 그 당시 인기를 끌면서 시리즈로 나왔다.

 현대 과학으로 만들 수 있는 재료로 만든 로봇과 인공지능이 가미된 사이보그의 출현은 그 당시에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지금 인공지능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고 있고 터미네이터가 영화로 나왔을 때보다 우리들은 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와 달리 인간의 생활은 영화만큼 파괴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과학 발전이 인간을 어떤 면에서는 더 고달프게 만든다는 사실에 대한 감각은 없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사실 터미네이터에서 이미 와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터미네이터 환경은 인공지능이나 재료 때문이 아니라 데이터 때문이다. 요즘은 빅데이터 활용으로 인간의 행동을 누구보다도 데이터가 더 정확하게 판단한다고 한다.

 인간의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서 빅데이터를 생산하고 분석한다. 빅데이터는 보건의료 계통에서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서 생산하는 데이터는 환자나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고자 생산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원칙적인 목적은 환자 건강이나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는 것이지만 정말로 데이터 생산하는 수고에 비해 그만큼의 효율성이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데이터를 생산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정부나 상위기관, 혹은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항목을 질문해 컴퓨터에 입력하면 입력된 자료를 전국적으로 통합해 필요한 전문가들이 분석한다. 문제는 상위전문가들이 중독적으로 데이터를 모으려고 하는데 있다. 가장 말단 실무진에서 이 자료를 생산하고 입력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환자나 국민에게 자료 수집을 하기 위해 실무진들은 정해진 시간에 요구하는 자료를 생산하고 입력하는데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지정된 시간 내에 자료 입력을 해야 하는 애로사항 때문에 자료 정보를 주는 대상자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자료로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병원에서도 맨 처음 병력을 조사해서 처치하고 입력하는 실무자들이 말이 빠르고 몸이 민첩하며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는 일을 하는데 업무에 몰입돼 있어 대상자의 고통을 알아주기보다는 빨리 정보를 수집해 일을 마쳐야 하는 의무 때문이다.

 여기에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목적과 수단이 바뀌고 인간은 정보를 얻는다는 명분으로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모든 분야의 빅데이터 수집은 영업 활동을 위해 자체적으로 조사해 분석하는 것을 제외하고 공공분야에서 데이터 수집은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최일선에서는 인간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계에 입력하는 단순한 업무이며 이 업무를 마치기 위해서 빠른 시간에 정해진 많은 정보를 기계적으로 받아서 영혼 없는 기계적인 업무를 하기에 바쁘다. 현재는 정보가 중요한 시대며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이 모두 데이터로 환원되고 있다.

이 데이터가 인간의 행동 모든 것을 예측하고 정확하다고 인정하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고 모든 인간이 필요한 정보를 주는 데이터이다. 즉 인간은 데이터다. 인간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입력할 것이다. 인간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고 기계에 입력을 주로 하는 이 순간은 이미 터미네이터 시대로 보인다. 말단 실무진에서 일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 현재 기계에 종속돼 있고 이미 인간이 아닌 길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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