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만에 난개발을 막고 계획적인 해양관광단지로 탈바꿈을 시도하는 왕산해수욕장 일원 도시개발사업이 인천도시공사의 어설픈 땅 매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공사가 당초 민간사업자와의 약속을 깨고 이 사업을 반대하는 쪽에 토지를 처분하는 바람에 사업의 공공성을 흐트러뜨리고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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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왕산비치도시개발사업
24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2003년 인천시 중구 영종(용유 포함)지구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굵직한 랜드마크 사업이 추진됐지만 낮은 사업성 등으로 2011·2014년에 걸쳐 지구의 50% 이상이 경제구역에서 해제됐다.

중구는 왕산해수욕장 주변에서 발생하는 무단 건축과 점유, 점포들의 난립 등을 막기 위해 이 일대의 도시개발 기본구상 용역을 진행했다. 도시개발사업구역 지정을 통한 토지의 합리적 이용이 기반시설의 체계적 확충과 이 일대의 관광사업 활성화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재원 문제를 풀기 위해 민간사업자에 협조를 구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왕산비치 도시개발사업’이 시작된 배경이다.

민간사업자와 이 일대 토지소유자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는 을왕동 810 일원 29만9천740㎡의 자역녹지를 상업 및 준주거 용도로 변경해 이곳에 호텔과 리조트, 해변데크,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을 갖춘 휴양형 관광단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추진위는 수용 방식이 아닌 토지 조성 및 구획 정리 후 토지소유자에게 이를 제공하는 환지 방식을 통해 개발이익을 토지소유자에게 돌리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토지소유주(167명·341필지) 2분의 1 이상의 동의(현재 40%)가 필요했다.

민간사업자와 추진위는 동의서 받기에 나서면서 지난해 9월께 이 일대 3개 필지 3천924㎡를 소유하고 있는 도시공사로부터 동의서를 제출받았다. 공사는 환지를 통해 쓸모없는 땅의 가치를 높일 수 있었고, 공기관으로서 난개발을 막기 위한 도시개발사업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4월께 주민들에게서 공사가 땅을 팔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해당 토지의 부동산 등기부 등을 확인 결과, 올 1월 공사는 3개 필지 중 사업대상지의 요지인 1개 필지(765㎡)를 연접 면적이 가장 적은 토지주에게 공시지가(3.3㎡당 133만 원) 이하인 103만여 원에 팔았다. 공사는 감정평가를 통한 공정한 가격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재 이 일대 호가는 3.3㎡당 500만∼7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해당 매수자는 이번 사업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공사는 나머지 2개 필지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시행사인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공사의 행위는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공사의 재정건전화에도 반하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공사 관계자는 "매각한 면적이 이번 사업 동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관리적 측면에서 정리(매각)하는 게 타당했다"고 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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