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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청도, 90×134.85㎝
사진작가 이영욱의 사진전 ‘물울타리 갯티길(water fence gate road)’이 오는 30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E1창고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인천의 36개 유인도를 답사한 2만7천 장의 사진 중 선별한 작품들로, 지금은 사라진 혹은 사라지고 있는 섬 해안가 둘레길(갯티길)을 중심으로 기록됐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의 섬들은 6시간마다 온전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해안가 길이 열린다. 섬 원주민들은 이 길을 ‘갯티길(gate road)’이라고 부른다. 하루에 2번 수면에 잠겼다 드러나는 이 길은 섬 사람들의 생업 터전이자 아이들에게는 놀이 공간이고 이동통로로도 사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군사통제로 접근이 금지됐거나 새로운 우회도로가 생기면서 거의 이용되지 않는 없어진 길이다. 역설적이게도 길은 막혔지만 신비롭고 숭고한 자연의 현상들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급속한 관광 개발로 갯티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인위적으로 박제된 채로 변질될 위기에 놓였다.

작가는 이곳을 인간의 개입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태에 직면해 그 흔적들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를테면 전체적으로 평범한 풍경사진처럼 보이는 장면 속에서도 위기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도록 포착했다.

자연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만들어진 관광객 산책로는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꼴이 됐고, 개발에 기대 주민들의 어업활동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군사 목적의 위장된 초소와 교통로는 섬 전체가 마치 요새화되면서 동시에 안보관광으로 변용되는 기현상도 있다. 전통적인 섬의 고유한 문화와 정서를 느끼는 오래된 집터와 건물들은 이미 폐허가 됐다.

제목 ‘water fence gate road’는 함민복의 시 ‘섬’에 나오는 표현 ‘물울타리(water fence)’와 ‘갯티길’의 발음상 유사한 gate를 합성한 조어다. 따라서 이 제목은 섬의 고립된 낭만 이미지를 탈출하려는 닫히면서 열리는 섬의 욕망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내포한다.

이번 전시는 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협력사업으로 예술표현활동 지원금을 후원받았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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