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는 동안의 호흡음으로 수면무호흡증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6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비인후과 김정훈<사진> 교수팀과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교구 교수팀은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돼 야간수면다원검사를 받은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호흡음 및 코골이 소리를 분석한 결과, 소리를 기반으로 특징점을 추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에 호흡기로 가는 공기 흐름이 막히면서 심하게 코를 골고 일시적으로 숨을 쉬지 못하는 무호흡증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면 중 뇌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해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한 질환 중 하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야간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지만, 병원에서 하룻밤을 머물면서 수면 패턴, 기도 상태를 정밀히 검사해야 하고 값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있다. 또 진단율이 낮아 조기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김정훈 교수 연구팀, 이교구 교수가 이끄는 음악오디오연구실 연구진은 수면무호흡증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코골이가 심하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소리가 거칠며 호흡음이 불규칙하게 나는 등 잘 때 내는 소리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수면 중 발생하는 호흡음 및 코골이 소리를 통해 환자 스스로 간편하게 질환을 사전 스크리닝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 나섰고,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법을 활용해 각 환자의 수면 단계를 분석하고 수면무호흡증의 심각성까지 정확히 예측해 냈다.

개발된 알고리즘은 4단계의 중증도 분류에서 88.3%, 2단계의 중증도 분류에서는 92.5%의 매우 높은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김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소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하려는 의료진의 새로운 시도가 성과를 내 기쁘다"며 "향후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힘입어 현재 개발된 수면무호흡증 사전 스크리닝 진단 알고리즘이 실제 의료 현장에 도입된다면 호흡음 녹음만으로 질환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어 환자 입장에서도 매우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술은 국내 및 국제 특허를 출원한 상태이며, 최근 국제학술지 「Biomedical Engineering」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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