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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지난 13일 인천에는 앞으로 4년을 책임질 새로운 시장이 당선됐다. 특히 이번에 선출된 박남춘 시장 당선인은 인천에서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행정 경험도 많고 중앙 정부와의 인연도 있고 해서 지역 발전에 사뭇 큰 기대가 된다. 이미 인수위가 가동된 이상 이제는 그동안의 바쁜 선거 활동에서 벗어나 차분히 앞으로 펼칠 정책 실현을 위해 깊이 고민할 단계이다. 그러나 축하를 크게 받아야 할 입장이지만 인천의 현실을 생각하면 그리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인천 안팎의 사정이 녹녹지 않다. 이미 중국제품이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품질경쟁력도 갖추고 우리 제품에 대해 무서운 속도로 추월하고 있고, 이러한 여파는 인천지역 산업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 한국지엠 사태에서도 보듯이 자동차를 포함한 지역 제조 산업 전반이 이미 경쟁력을 잃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자생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유일하게 인천에서 내세울 만한 것으로 송도 경제자유구역이 있으나 이마저도 대부분 고층 아파트로 채운 베드타운이 돼 버렸다. 아예 명칭도 일산이나 분당처럼 송도신도시로 불리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인천은 그야말로 서울의 일개 위성도시로서 쇠락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렇듯 쉽지 않은 환경에서 신임 인천시 수장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먼저 인천의 비전을 새롭게 정립하는 일일 것이다. 새로운 국제화시대 그리고 첨단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인천시의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전은 앞으로 시정의 기본적인 방향이 되는 동시에 인천시민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구호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 각인이 되고 우리 모두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 예컨대 인천의 미래가 첨단산업 기지로서 혹은 아시아의 관광 허브로서 아니면 아시아의 물류 허브로서 실현돼야 할지 등을 주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심사숙고해 정의를 해야 한다. 시의 비전이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의 비전을 설정했다면 본인이 주장했던 다양한 선거 공약 사항들을 비전의 수행에 맞도록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공약이란 실질적으로 비전 실현을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경쟁 후보의 공약사항이라도 필요하다면 과감히 수용을 해야 하고 본인의 공약이라도 의미가 없다면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공약사항을 중심으로 나름 기준을 세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고 예산 확보 방안도 미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지방세가 아닌 중앙정부로부터 조달해야 할 필요도 있고 이에 대한 전략도 지금부터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약사항 혹은 비전 실현을 위한 전략수행의 적임자를 물색할 필요가 있다. 당분간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배려할 필요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자리에는 반드시 공을 떠나서 일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을 선택하고 충분한 권한과 예산을 줘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과 전략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이를 추진하는 추진체가 허약하면 실행에 한계가 있는 법이다. 따라서 신임 당선인은 필요한 각종 공약실현 사업에 적임자를 찾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천에는 많은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어 연공이나 내 사람을 따지지만 않는다면 적임자를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판단된다.

 지역경제는 시의 젖줄이다. 목가적인 전원도시와 달리 살기 좋은 도시는 기본적으로 경제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시가 경제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공약도 정책도 의미가 없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 수장은 무엇보다도 시민의 밥줄부터 챙겨야 한다. 민생을 위한 공약 실현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앞으로 인천시민이 어떻게 먹고 살지를 고민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부터 마련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무시하고 또한 머뭇거리다 시기를 놓치면 인천은 결국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을 잃게 되고 박남춘 신임 시장은 결국 인천시민으로부터 그런 시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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