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는 처음 도입된 비디오판독(VAR)이 조별리그 막판으로 갈수록 ‘공정성’을 놓고 논란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월드컵 흥행 차원에서 강팀, 특히나 유럽의 강팀에 호의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6일(한국시간) 러시아 사란스크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벌어진 포르투갈과 이란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는 VAR이 세 차례나 가동된 가운데 1-1로 비겼다.

이날은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를 상대로 두 차례나 VAR이 이뤄지는 독특한 상황이 벌어졌다. 후반 4분께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들던 호날두는 이란 수비수와 부딪히며 넘어졌다.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속행시켰다가 VAR을 통해 페널티킥으로 판정을 번복했다.

후반 35분께 호날두가 이란 진영 전방에서 모르테자 푸르알리간지와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푸르알리간지가 얼굴을 감싸 쥐고 넘어졌다. VAR 판독 결과 호날두가 푸르알리간지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팔꿈치를 사용했다는 판정이 내려졌고, 호날두는 옐로카드를 받았다. 팔꿈치 사용은 통산 레드카드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호날두는 옐로카드로 퇴장 위기를 넘겼다.

이날 경기 마지막 VAR은 후반 추가시간 나왔다. 이란의 사르다르 아즈문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측면 크로스를 머리로 따내는 과정에서 포르투갈의 세드리크 소아르스와 경합을 펼쳤다. 이때 주심은 세드리크의 고의적인 핸드볼 반칙을 선언했고, 이란은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터트려 경기를 1-1로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 포르투갈 출신의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은 주심의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규정에는 팔꿈치를 쓰면 레드카드를 주게 돼 있지만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나 호날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주심의 판정에 노골적으로 항의했다.

VAR이 강팀에 호의적이라는 여론은 개막 초반부터 쏟아졌다. 이날 스페인과 2-2로 비긴 모로코는 포르투갈과 2차전에서 포르투갈 수비수 페페의 명백한 핸드볼 반칙이 나왔지만 주심은 VAR 판독을 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 모로코는 특히 스페인과 3차전에서 후반 35분께 페널티지역에서 모로코의 슈팅이 제라르 피케의 손에 맞았고, 모로코 선수들이 항의했지만 주심은 VAR 가동하지 않았다. 유럽의 강호들을 상대로 선전을 펼친 모로코로서는 VAR 판정에서 손해를 보면서 ‘약팀의 비애’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23일 치러진 세르비아와 스위스의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도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가 페널티지역에서 헤딩하는 과정에서 스위스 수비수 2명이 미트로비치를 끌어안고 넘어졌지만 오히려 미트로비치의 반칙이 선언되는 황당한 상황도 나왔다. 주심은 VAR 판독을 하지도 않았다.

한국 역시 멕시코와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후반 21분 기성용이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엑토르 에레라의 발에 걸려 볼을 빼앗긴 게 역습으로 이뤄져 결승골을 내줬다. 명백하게 발에 걸려 넘어진 게 중계화면에 잡혔지만 주심은 반칙으로 인정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대한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유감 표명과 함께 VAR를 가동 안 한 점을 지적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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