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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꿈을 꾸다 외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2018년 06월 28일 목요일 제13면

꽃꿈을 꾸다
이권 / 도서출판 b / 1만 원

"이권 시인은 30여 년간 철도노동자로 일하다 퇴직한 노동자 출신 시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에는 달리는 기차처럼 어디론가 떠나고, 머물고, 바라보는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한다. 길(철로) 위에서 보낸 세월이 그의 시에 일정한 자양이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퇴직해 더는 길 위를 달릴 수 없게 된 시인은 시를 통해 다시 길 위의 삶들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그의 시 속에는 길 위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일부러 찾아든 장소와 상황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문계봉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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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동자로 충실히 살아온 이권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를 펴냈다.

 시집에는 평범하고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따닥따닥 붙어 있는 다세대주택가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병렬적으로 배치돼 있어 생동감을 준다.

 첫 시집에서 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은 시집을 배경으로 존재하는 여성성이다. 시집의 1~2부에 주로 들어 있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들은 짙은 잔상을 남긴다. ‘새우깡’의 노래방 도우미들, ‘옐로우하우스’의 사랑 없는 사랑을 마중 나온 아가씨, ‘미아리 텍사스’의 우울을 껴입고 사는 그녀, ‘구월동 로데오거리’의 아랫도리 맨몸으로 춤을 추는 여자들이 바비인형처럼 진열돼 있다.

 시인에게 이들은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온 화엄의 꽃/ 관세음보살’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그동안 나의 아랫도리가 저지른 죗값이 크다"고 읊조린다.

 또한 시집에는 생명과 사물에 대한 측은지심이 깊게 배어 있다. 국가 권력이나 자본에 희생당하고 외면당하는 약자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격앙돼 나타나는가 하면, 수채화처럼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도 한다.

 서비스 직종의 감정노동자들이나 실직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 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이 그들의 삶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문계봉 시인은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을 넘어선 나이에 그가 소망하는 세계가 그러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며 "그는 충분히 노동했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한다.

 이어 "고단할 법도 한데 그는 부당한 현실에 대해 여전히 귀를 열어놓은 채 비타협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덧붙인다.

 시인은 이순을 지나서도 저마다의 아픔을 끌어안은 채 여전히 꽃꿈을 꾼다. 사람에 대한, 생명에 대한,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채 오늘도 길을 걷는다.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 지승호 / 은행나무 / 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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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는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와 소설가 정유정의 인터뷰집이다.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정유정의 삶과 소설 쓰기의 방법론이 심도 있게 제시된다. 기존의 서사 이론을 재해석하며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등의 소설들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솔직담백하게 담아냈다.

 등단 과정의 고단함과 작가론도 있지만 ‘이야기를 쓰는 법’이 이 책의 주를 이룬다. 한 작가의 세계를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징검돌을 놓는 지승호의 예리한 질문에 정유정은 흥미로운 입담으로 ‘이야기하기의 욕망’에 대한 성찰을 녹여 답한다.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 아니라 ‘체험하게 하는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분투하는지 여실하게 드러난다.

 저자 정유정은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내 심장을 쏴라」로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안목의 성장
이내옥 / 민음사 /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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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그릇 하나가 있다. 이 그릇에서 무엇을 볼까? 그냥 밥그릇으로 보고 지나치는 발걸음 사이에서 한 사람이 얼어붙은 듯 멈춰 선다. 500여 년 전에 백자를 만든 장인의 손길, 그 안에 깃든 생각, 이와 같은 양식을 빚어낸 시대를 한눈에 들여다본다. 유물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 말하자면 안목이 있는 사람이다.

 안목은 어떻게 얻을까. 흔히 안목은 전문가에게 있는 것, 풍요한 환경이 낳는 것, 애초에 타고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안목이 ‘자라났다’고 말한다.

 「안목의 성장」은 국립박물관에서 34년을 일한 큐레이터의 이야기다. 저자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립박물관에서 근무하면서 진주·청주·부여·대구·춘천의 국립박물관장과 유물관리부장을 지냈다. 전국의 박물관에서 일한 큐레이터이자 「공재 윤두서」, 「백제미의 발견」 등 한국미술 연구서를 낸 학자로서 긴 세월에 걸쳐 자라난 자신의 안목에 대해 회상한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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