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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올해부터 철도의 날이 기존 9월 18일에서 6월 28일로 바뀐다. 9월 18일은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철도가 1899년 개통한 날이었지만, 그것을 기념하고자 했던 것은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이었다. 원래 기념일의 명칭은 ‘철도국(鐵道局)기념일’로서 철도국 자체의 기념일이었다. 그러던 것이 1964년 11월 ‘철도의 날’로 지정됐고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행안부는 "일제잔재 청산과 민족 자주성 회복 차원에서 기념일자를 변경하려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고, 1894년 6월 28일 한국 최초의 ‘철도국’이 창설된 날짜를 채택했다. 그 날짜가 음력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음력만 사용했기 때문에 그 날짜를 인용해도 된다"는 정부의 입장이었다. 일본의 군부와 우익 세력은 대륙 침략을 위해 1931년 9월 18일 만주전쟁을 일으켜 중국 동북지방을 점령하고 급기야 1932년 3월 1일 만주국(滿州國)이라는 괴뢰정권을 세워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했다. 만주를 식민지로 삼아 주요 자원과 군수 물자의 공급처로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에서였다.

세칭 만주사변은 오히려 일본의 군수 경기와 수출 증진으로 산업계는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1933년께에는 공황 이전의 수준으로 경기가 회복됐다. 특히, 군수산업과 연관된 중화학공업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일본은 관공서를 비롯한 학교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신사참배를 강요했다. 나아가 중일전쟁을 앞둔 일본은 모든 조선 사람들에게 전승(戰勝)을 기원하는 신사참배를 강요했고, 이를 반대하는 종교단체까지도 신사참배를 결의하게 했다. 일본의 군국주의(軍國主義) 체제는 일왕(日王)의 직속으로 돼 있어, 내각도 군대를 무시하고는 존립할 수 없는 제도적 보장을 쥐고 있었다.

이후 일본은 제국주의 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1937년 7월 7일 이른바 중일전쟁을 개시했다. 1937년 9월 18일자 동아일보는 "9월 18일을 ‘철도국기념일’로 정하고, 국우회관(局友會館)에서 전 조선 종업원 대표자가 참석하여 철도국기(局旗)의 제정식 거행"을 보도했다. 일본인이 저술한 「조선교통사」에서는 당시 기념일 제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1937년 이후 시국이 중차대하게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철도의 사명은 막중하며 종사원의 기강해이는 잠시도 용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를 위하여 ‘철도국기념일’의 제정은 조선 철도 창설의 뜻을 명백히 하고 사명 달성을 위하여 경인철도회사가 인천~노량진 간 조선 최초의 철도 운영을 개시한 날인 9월 18일을 철도국기념일로 정한다."라고 해 당시 중일전쟁 수행을 위한 기강확립 차원에서 정한 기념일임을 밝히고 있다.

철도는 조선의 개항 이래 위정자들에 의해 간헐적으로 소개되고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미 일본은 1872년, 중국은 1876년에 개통돼 있었다. 그러나 철도 부설에는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관계로 실천되지 못하고 있었다. 1894년 청일전쟁 중 일본은 강압적으로 조선의 철도부설권을 확보했지만 1895년 국모시해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듬해 미국인 모스에게 넘겨졌다.

그러나 심각한 자금난 때문에 결국 일본과 매도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경인철도는 일본이 해외에 부설한 첫 철도였고 정치적·경제적·군사적인 독점을 위해서는 상품과 병력을 단시간에 대량으로 수송하는 철도의 장악이 무엇보다도 긴요했다. 선진국에서의 철도 부설이 도로·운하의 발달과 더불어 근대화 및 공업화(산업혁명)에 크게 이바지한 것과는 달리 군사적 목적과 식민지 경제 수탈을 위한 경제적 목적에 의해 부설되기는 했지만 철도의 등장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크게 바꿔 놓았던 것도 사실이다.

만약, 중일전쟁기에 ‘철도국기념일’이 제정되지 않았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날을 철도기념일로 했을까라는 반문도 던져본다. 더구나 철도국이 최초의 사례이기는 하나 친일 내각이었던 군국기무처의 형식적 기구였고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해 볼 때 이 역시도 탐탁지가 않다. 한국 철도사에서 기념할 만한 날을 모색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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