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잠시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남양주시 조안면.

 잘 가꿔진 풍경이 감동스럽지만 조안지역 주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40여 년간 규제와 싸워 가며 어렵사리 생계를 이어온 조안 주민들은 현재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조안면의 현실에 항의할 의지마저 상실해 가고 있다.

 수도권 시민의 젖줄을 근거로 구시대적 법과 규제로 인해 희생만을 강요당하면서 조안지역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파괴됐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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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안면 전경.
 # 규제 백화점 조안면의 시발(始發)

 1972년의 한국은 국토발전계획의 일환으로 개발제한구역이라는 개념이 등장, 지정하는 시대였다.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의 경관을 정비하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녹지대로, 흔히 그린벨트(Green Belt)라고 말한다. 건축물의 신·증축, 용도 변경, 토지의 형질 변경 및 분할 등의 행위가 엄격히 제한돼 재산권 행사 자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후 2000년 1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개특법)’이 제정되면서 각종 행위가 제한되기에 이른다. 당시 조안지역은 와부면 조안출장소가 행정소재지였지만 개특법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1975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조안면에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수도법, 문화재보호구역, ‘팔당·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지정 및 특별종합대책’(이하 특대고시), 수도권정비계획법, 오염총량제 등 다양한 규제가 조안면을 겹겹이 에워싸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강 건너 양평군 양수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심이 나날이 발전하는데 조안면에는 그 흔한 병원 하나조차 없다. 과거 도시계획 수립 시 면소재지를 기점으로 반경 1㎞를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지만, 출장소였던 조안면은 반경 500m에 대해 도시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지자체와 중앙정부를 믿었던 주민들만 가혹한 환경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역사회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경정비구역 지정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시와 조안지역 주민들의 공통된 요구에도 안 되는 이유로 중무장한 채 무시하는 상태로, 주민의 입장보다는 법령의 유권 해석에 중점을 두고 있다.

# 대규모 범법자를 양성한 방탄규제

 조안 주민들은 규제와의 상생을 위해 유기농법을 개발해 생계를 꾸리고, 주말마다 밀려오는 행락객들을 보며 식당 영업으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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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속으로 생계수단이었던 음식점이 철거되고 있다.
 하지만 2년 전 즈음, 행정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면서 지역은 초토화되는 아픔을 겪었다. 대형 불법 음식점이 도화선이 되며 화약고가 터진 것이다.

 2016년 5월께 검찰과 시의 합동 단속에 적발된 무허가 음식점만 86개소로, 59명이 벌금형을 받고 그 중 7명은 구속됐다. 2017년에는 추가로 19개소(2016년 단속 업소 2차 적발 포함)로 10개소가 더 늘어나면서 실형을 받은 주민도 상당수다.

 특히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은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도록 했다.

 수년째 이어진 강력한 처벌에 현재의 조안면은 먹을 곳도 마땅치 않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황폐화되는 상황이다.

 지역주민들은 비대위를 구성해 다양한 루트로 항의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환경부는 TF위원회를 구성해 심도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대통령특별법으로 정한 각종 완화 정책과 법령들도 환경부장관령인 상수원관리규칙에 막혀 힘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각종 법령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모든 법의 교통정리를 환경부가 최종적으로 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주민들은 울분을 토해낸다.

 지방자치 시대로 접어들면서 ‘투표 인구’의 논리에서 항상 찬밥 신세가 된 것도 사실이다. 조안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치인도, 지자체장도 없었다는 게 조안지역 주민들을 더욱 서럽게 한다.

# 첨단기술을 활용한 대책 마련 시급

 1999년 8월 팔당호 상류지역과 하류지역의 이해관계를 개선하고자 한강수계법이 탄생했다. 민관이 만들어 낸 거버넌스의 대표적 사례로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현재 이 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계기금을 미끼로 팔당호 주변의 토지를 매입해 주민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치부되는 실정이다.

 첨단과학의 발달로 불가능한 것이 없을 정도로 기술은 발전했다.

 조안지역을 세분화해서 하수처리구역을 확정하고, 일부 지역은 이제야 소규모 하수처리장을 건립해 시험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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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면 주민들의 울분이 들어있는 플래카드. <남양주시 제공>
년부터 설치된 곳은 노후 관로 교체도 제대로 안 돼 장마철엔 불명수가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 고도처리시설의 기술은 발달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교체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물 관리를 잘하고 고도처리돼 최종 하수가 하천으로 방류된다면 수도권 시민들의 건강지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현실성 있는 정책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는 것이 조안지역 주민들의 중론이다. 시가 조안면 도시계획을 수립해 과거의 행정 실수를 중앙부서와 협의, 행정소재지에 최소한의 개발량을 부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규모 하수처리장별 고도처리시설을 조속히 완료하고, 각 처리장별 노후 관거시설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 김모(41)씨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관리 일변도의 정책을 수립해 팔당호 주변 지역의 누구나가 이해할 수 있는 형평성 있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며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는 구조는 이제 탈피해야 하는 시점이며, 다음 시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 역시 "서울시민을 위한 젖줄을 명분으로 언제적 법을 잣대로 들이대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수계기금 몇 푼이 아니라, 규제를 현실적으로 개정해 조안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이제라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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