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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이끄는 동력은 사건이다. 얼마나 흥미로운 사건이 치밀하고 숨막히게 전개되고 해결됐는가는 영화의 핵심적인 재미이다. 반면 사건보다는 인물이 중심이 되는 영화도 있다. 바로 유명인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담아낸 경우가 그러하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을 이룬 위대한 인물의 삶에 관객들은 감동을 받는다. 이처럼 영화는 특별한 인물이나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해 보여 주고 들려준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영화 ‘보이후드’는 전형적인 이야기의 관습을 거부한 작품이라 하겠다. 2015년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영국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석권한 ‘보이후드’는 평범한 소년의 사소한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소년기라는 제목처럼 영화 ‘보이후드’는 6세의 소년이 18세의 청년으로 성장하는 12년의 세월을 담아낸 작품이다. 메이슨은 누나 사만다 그리고 싱글맘인 올리비아와 함께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다. 학업을 미처 끝마치지도 못한 채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엄마 올리비아는 못다 한 공부를 마무리 짓기 위해 휴스턴으로 이사를 간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던 메이슨은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와 새로운 형제들과 마주하게 된다. 둘도 없는 친구처럼 지내던 형제들과의 인연은 새 아버지의 폭력성으로 끝을 맺게 된다.

 미처 작별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헤어진 의붓남매들을 뒤로하고 메이슨은 또다시 이사 간 동네에서 적응하며 살아간다. 귀엽고 동그랗던 메이슨의 얼굴에는 거뭇거뭇 수염이 자라고 목소리도 제법 굵어진다. 비디오 게임을 좋아하던 꼬마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진 촬영에 몰두하는 청년으로 성장한다. 어느덧 대학에 입학한 메이슨은 홀로 남을 인생을 두려워하는 어머니를 위로하며 자신의 생 한가운데에서 앞으로 나아간다.

 영화 ‘보이후드’는 ‘비포 시리즈’로 유명한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작품이다. 그의 가장 유명한 전작 ‘비포 시리즈’들이 긴 인생에서 잊지 못할 특별한 하루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작품은 특별한 것 없는 인생의 시간성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때문에 ‘보이후드’에서는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이 없다. 엄마의 두 번의 재혼과 실패의 과정이 담겨 있긴 하지만 그 사건이 메이슨의 인생을 흔들 만한 요소는 되지 못한다. 메이슨의 성장 과정 중 잠시 방황하거나 전학 간 학교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에피소드가 등장하긴 해도 이러한 일들이 영화의 앞과 뒤의 분위기를 바꿀 만한 결정적인 한 방으로 작용하지도 않는다. 마치 우리의 일상처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영화는 특별한 사건도 없이 무려 3시간을 이어가는데, 그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각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통해 우리의 지난날을 회상하게 한다. 비록 영화는 끝났지만 청년 메이슨의 삶이 계속 되리라는 믿음은 우리의 삶 역시 사소하고 소소하게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영화 ‘보이후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관객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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