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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지난해까지만 해도 꽁꽁 얼어붙었던 동토(凍土)의 땅이었던 한반도에는 해를 넘기면서 과거에는 미처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의 급격한 변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전세계 국가들이 ‘자국(自國)의 실익(實益) 확보’라는 목표를 향해 교류하고 협력하는 ‘유무상통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고도(孤島)’로 간주됐던 북한에서 제3대 절대권력 세습자로 자리를 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7년차 만에 국제무대에 등장한 것은 실로 놀라울 만한 일이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지난해까지와는 달리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 및 응원단, 예술단을 파견하고,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의 정상들과 잇따라 회담을 한 것은 비록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온갖 관영매체를 동원해 동족인 한국을 ‘미제의 앞잡이 매판정권’이라 비난해 왔던 김 위원장이 ‘특사’로 여동생인 김여정을 파견하고, 지난 4월 27일에는 직접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선언’을 내외에 공표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이런 정상회담과 선언을 통해 남북관계는 오랜 기간 동안의 경색되고 교착됐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 바야흐로 해빙(解氷)의 국면으로 새롭게 전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 남북한은 판문점에서, 그리고 금강산에서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각급 부문별회담을 잇따라 개최함으로써 오랜 기간 전세계 유일의 냉전지역으로 남아 있던 한반도를 과거와는 너무나도 다른 평화와 화해, 그리고 교류와 협력의 장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내외에 천명한 "이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는 말이 허공에 결코 울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공허한 것이 아니라 온 겨레, 온 민족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남북당국자 간의 회담으로는 6월 1일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 이후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남북체육회담과 남북적십자회담, 그리고 철도협력분과위원회 회의 등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민간 차원에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 민간단체로서는 처음으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평양을 방문했고, 서울대 학생들이 김일성종합대에 "오는 6∼8월 중 평양에서 만나 평양역사유적 답사 등 교류 프로그램을 논의하자"는 제안(6.15)을 하는 등 각급 지방자치단체나 종교, 예술단체 등에서도 통일부의 방북 승인을 위한 활발한 준비를 하고 있다.

두말 할 나위 없이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은 남북의 정상이 일구어낸 ‘판문점선언’에 따른 것으로,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세계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자 분단으로 이해 생성된 민족적 이질감을 해소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계속 이뤄지게 될 남북한의 각 부문간 교류는 그 어떤 정치적 사안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있다. 남북정상이 직접 일구어낸 ‘판문점선언’은 그 어떤 이유나 구실로도 그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이행과 실천이 미뤄지거나 거부돼서는 결코 안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이 과거처럼 각 부문별 남북 합의사항과는 별다른 상관성이 없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합의사항 이행과 실천을 거부하거나 연기하는 구태를 재현하지 않아야만, 남북관계는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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