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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한국, 독일 꺾은 투혼 봤지만… 시스템 안 바꾸면 제자리

연합 yonhapnews.co.kr 2018년 06월 29일 금요일 제15면
▲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한국시간) 독일과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VAR 판독결과 김영권의 득점이 인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투혼의 축구를 선보인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독일을 꺾으며 새역사를 썼다. /연합뉴스<br /><br />
▲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한국시간) 독일과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VAR 판독결과 김영권의 득점이 인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투혼의 축구를 선보인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독일을 꺾으며 새역사를 썼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혔던 독일을 무너뜨렸다.

한국은 28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김영권의 결승골과 손흥민의 추가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조별리그 1승2패로 결국 탈락할 수밖에 없었지만 독일과의 역대 월드컵 본선 대결사에선 2연패 뒤 첫 승을 신고하는 족적을 남겼다. 태극전사들의 투혼으로 ‘그라운드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당초 16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했던 한국 축구의 아쉬움도 확인됐다.

한국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조별리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던 한국 축구의 초라한 현주소다.

한국이 조별리그 3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완파한 건 값진 수확이다. 하지만 스웨덴과 1차전 0-1, 멕시코와 2차전 1-2 패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조 3위로 밀려 탈락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 진출을 위해서는 새 판 짜기가 절실해졌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은 수비 불안과 공격진의 골 결정력 부족에 시달렸다. 신 감독 취임 후 거둔 성적은 A매치 21경기 7승6무8패로 승률이 33.3%에 불과했다. 26골을 넣는 동안 27실점을 해 수비력의 약점을 고스란히 보여 줬다.

대한축구협회는 일단 대표팀이 귀국하는 대로 신태용호의 월드컵 준비 과정과 본선에서의 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대표팀 개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9·10·11월 FIFA A매치 데이가 잡혀 있는데다 내년 1월 5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7월 말로 계약이 끝나는 신태용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수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새 사령탑 영입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신 감독이 독일전 대승을 지휘했지만 애초 목표했던 16강 진출에 실패함으로써 계약 연장의 명분은 약해졌다. 만약 신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론이 나면 곧바로 국가대표 감독 선임 소위를 가동해 새 인물 영입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을 총괄할 사령탑이 정해지면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들어간다. 신 감독은 월드컵 직전까지 수비수들을 테스트하느라 정작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전술 완성도를 높일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월드컵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던 세트피스 전술을 정교하게 가다듬는 것도 새로운 사령탑의 몫일 것이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지적대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강호들과 경쟁하려면 태극전사들이 강한 체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밑바탕이 선수들의 강철 체력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기술 능력 향상에 앞서 90분 동안 상대 팀 선수들을 압도할 수 있는 체력이 필수적이다. 신태용호는 월드컵 개막 직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기간 예정에 없던 고강도 체력 프로그램을 뒤늦게 진행하는 바람에 선수들이 정작 중요한 경기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본기를 다지기 위한 기술 프로그램 운영도 시급하다. 러시아 월드컵에 나선 선수들이 볼 키핑에서 불안함을 보이고 패스와 크로스도 정교함이 떨어져 번번이 공격의 흐름이 끊기곤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4년 후 카타르 월드컵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월드컵까지 고려해 유소년 연령별 대표부터 철저한 기본기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 축구의 황금세대를 발굴하고 키우기 위해 축구협회의 장기 구상과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대목이다.

아울러 상비군 선수들의 인재풀을 확대하고 대표선수 선발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체계적인 체력훈련 프로그램의 정착도 필요하다. 한국 축구가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성과와 실패를 통해 드러난 약점들을 개선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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