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요일에 날씨가 더워서 집에서 오이냉국을 저녁식사로 만들어 먹기 위해 재료로 쓰이는 포장용 냉면육수를 사려고 동네에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찾았다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걸려 발길을 되돌렸던 적이 있다. 그래서 다른 동네에 소재한 신세계 계열의 ‘노브랜드’ 매장이 같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돼 있는 기업형수퍼마켓(SSM)인 줄 모르고 찾아갔다가 재차 낭패를 봤다. 결국 집 근처에 운영 중인 슈퍼는 전부 SSM이라는 걸 알고 하는 수 없이 다른 메뉴를 저녁식사로 먹어야 했다.

 2013년 1월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마트 직원에게 휴식을 보장하고 전통시장과 중소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치단체장이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한 뒤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하지만 법 시행과 함께 그동안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크게 논란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전통시장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과 애꿎은 소비자의 불편만 증가시킬 것이라는 항의성 민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후자의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처럼 날씨가 더운 날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앞두고 온라인 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미리 식재료를 사두고 먹는 실정이다.

 최근 6·13 지방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은 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보수 야당의 심판 카드를 꺼내 더불어민주당 타이틀을 달고 나온 후보자들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줬다. 2년 뒤에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다. 이 시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묻고 싶다. 우리 골목길에 SSM이 침투해 영세한 동네슈퍼가 사라질 때까지 그네들은 어떤 노력을 했는가. 시장 상인들의 표만 바라보고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이 같은 법을 제정한 것은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 다가올 총선에서는 ‘표심’만 얻으려는 자보다 진심으로 국민의 팍팍해진 삶을 걱정할 줄 아는 국회의원이 후보자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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